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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만드는 법 2

1부(......)에서 이어지는 2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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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김치 | 2009/04/01 00:01 | The 파김치。 | 트랙백 | 덧글(18)

백만번째 가출

여름이 되면 린스는 항상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기간이 있다. 그래봤자 이제 이년째지만.
여름이 아니라 비가 많이 온 직후에 나가서 비가 쏟아지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겨울엔 이런 일이 없었다. 눈이 아무리 내렸더래도.(아니 그 이전에 눈이 내리면 안나갔지만)

목요일 아침에 깼을 때부터 보이지 않던 린스가 돌아온 건 오늘 새벽이다. 온 몸이 꾀지지하게 젖어서 털이 뭉쳐 바짝 섰는데, 훨씬 왜소해 보였다.
한 발은 이미 꿈나라로 건너간 상태라서 돌아와서 다행이다, 고만 생각하고 다시 자려다가 린스의 몸을 핥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내 손조차 무서워한다.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고 괜찮다고 얼른 다음에야 손을 댈 수 있었다.
젖은 것은 둘째치고 손에 걸리는 이 무수한 모래들…!
어차피 젖어있는 거 물로라로 한 번 다시 씻겨야겠다고 결심, 당장 안아들고 욕실에 다시 데려놓았다. 바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서 약간 차가운 물로 등어리부터 씻겼더니 예전보다 훨씬 싫어한다. 비 맞고 다니던 생각 때문인 걸까? 조금 미안해졌는데, 곧바로 별로 미안해지기는 커녕 나를 칭찬해주고 싶더라.
린스의 네 발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시커먼 구정물이었다. 기가 막혀서 낮게 으르렁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세례를 퍼부었다.
처음 길거리에서 데려와서 씻길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이녀석아. 대체 어디서 뒹굴다 온 거야.
적당히 수건으로 물기를 말려주고 나는 먼저 자버렸는데(매정), 깨어나 보니까 또 린스가 없어졌다. 하지만 화장실 창문은 자기 전에 닫아둔 그대로라, 분명히 침대 밑이나 싱크대 밑에 처박혀 있겠거니 사료만 더 부어주었다.
새로 생긴 상처는 없는데 눈에 뜨일 정도로 기운이 없고, 잘 먹지도 않는다. 이럴거면 나가지를 말든가, 꼭 나가서 호되게 당한 다음 이렇게 풀죽어 버리고 그러냐.

바깥에서 겪었을 경험들에 대해 굳이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 나랑 놀아주지 않으면 상상해버릴거다.

by 파김치 | 2008/07/25 19:13 | 프린스 맥클루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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