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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둥지

포토로그 마이가든 THE 파김치




2009/11/06 17:20

친숙한 남자의 향기 매일이 좋은 날。

어제는 오빠가 돌아와서 푹 쓰러졌는데, 가까이 간 순간 느꼈다.


야, 이건 할아버지 냄새잖아.




우리 할아버지는 아주 술과 고기를 사랑하시는 분이었고(지금은 먹지 못하시지만 여전히 마음 속으로 사랑하고 계시겠지…), 당신이 젊으셨을 때 가족과 떨어져 살았던 것이 마음에 걸리셨던 건지 잠은 꼭 집에서 주무셔야 한다.
그래서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과 같이 자던 때는,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오셔서 기분이 나쁘면, '가서 애교 떨고 할아버지랑 같이 자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고 할아버지 옆에서 잔 적도 많았다. 동생이 연년생이라 나에게 손을 많이 댄 것이 할아버지라, 예뻐하신다고 해서. 방이 따로 생긴 뒤부터는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 후로도 할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시간대와 집 안에 어른이 아무도 없는 시간대가 비슷해서, 누군가 어른이 들어올 때까지 한 두시간 정도는 할아버지 술주정 대화 상대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 때 수도 없이 맡았던 냄새가 난다.
달큰하기도, 역하기도 한, 아무튼 낯설지 않은orz

낯설지는 않지만, 난 그게 내내 할아버지 냄새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 그런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어.

오빠와도 그동안 수없이 술을 같이 마셨는데 이렇게 진하게 냄새가 난 적이 없었다.
내가 같이 술을 먹지 않아서 술 냄새에 익숙해지지 않아 단박에 진하다고 느끼는 건가, 물론 그것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니 나와 같이 마실 때는 청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시고 돌아왔을 때는 당연히 소주다.
안주도 고기였던 것 같고….



결론, 할아버지 냄새의 정체는 소주 + 고기였다.
당연히 반갑지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냄새라 기분이 묘하다. 이런 걸 맡고 할아버지를 떠올린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기뻐하실까 씁쓸해하실까 화를 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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