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내가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 읽었습니다

책장 하나에 두 겹, 거기다 위 아래로 책을 쌓으며 균형 감각과 조형미에 대한 감각을 키우다가, 그나마도 더이상 쌓지 못하고 책상 아래에, 옷장 위에, 침대 아래에 쌓은지 어언… 어언…
아무튼 그렇게 책을 책이라 부르지 못하고 짐이라 부르며 책장에 넣지 못하던 것이 꽤 되어서 눈치만 보고 있던 찰나에 자신에게 비싼 선물을 주어도 허용되는 크리스마스라는 축제가 다가왔습니다. 산타 외에는 그런 비싼 선물 주는 건 애인밖에 없지만, 책장을 가지고 싶다는 끝 간데없이 순수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앞에서 애인님은 상콤하게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놈입니다.
"책장이 부족해? 그럼 책을 버려!"
이래서 이과는-_-; 애인님 전공책부터 버려라! 고 했더니 진짜 버릴 태세라서 그냥 제가 꼬리 말았습니다. 난 충동구매한 몇 권 말고는 진짜진짜 보고 싶은 책들만 고르고 골라서 사는 건데 그걸 어떻게 버려! 차라리 책 두권 정도 안 사고 책장을 사고 말지!(..)

그래서 그냥 혼자서 자축하고 사기로 했습니다.
내 크리스마스 선물은 내가 산 책장! 예이!
슬프지 안항요ㅠ_ㅠ
내 선물은?! 하는 애인님한테 뭐 가지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보니까 반짝반짝 빔을 쏘면서 컴퓨터라지 뭐야요. 내가 마우스 정도는 사줄 수 있는데, 마우스로는 안되겠니? 물론 마우스는 거부당했고(..) 이런 저런 합의 끝에 무려 데이트도 거부할 수 있고, 밥해오고 설거지 하라고 무조건 명령 가능한 골드 티켓 다섯 장을 주었습니다.





책장은 부천 재활용 센터에서 샀습니다. 직접 가보지는 않고 검색해서 샀어요. 아무래도 사무용 전문인 듯, 전자렌지라도 있으면 살까 했더니 사무용 책상과 책장 몇 가지밖에는 없더라구요. 홈페이지도 엄청 불편하게 되어 있고 툭하면 느려져서 짜증이 무럭무럭 솟아났지만, 결제할 때 보니 기본적인 것 외에도 배달 일자도 지정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직접 가는 수고도 덜 수 있으니 그것만큼은 장점이었습니다. 인터넷 결제가 그런 면에서는 편하지요-ㅅ- 다른 건 몰라도 책상이나 책장은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없으니까요.
지정한 날짜 그대로 오늘 받았습니다. 오전에 미리 전화하고 오셔서 시간에 맞춰 받았네요.
그리고 이게 생긴 모습. 기본 이중 책장이에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생짜 책장입니다. 처음 가지고 있는 걸 살 때 혹시 몰라서 두껍고 깊은 걸 샀는데, 생각해보니 백과사전을 넣을 것도 아니고 전공서적을 맨 위에 놓을 것도 아니고-_- 이렇게 두꺼운 건 하나만 있어도 이미 충분한 것 같아서 약간 얇은 걸로 골랐습니다.
덕분에 두 겹으로는 책을 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두 겹으로 쌓았던 것, 위 아래로 쌓았던 것들을 모두 옮기고 나도 이만큼이 남네요♬
이만큼밖에 안 남은 건가.;

위치가 딱 현관 옆, 화장실 앞이라 둘 중 어떤 문을 열고 나올 때마다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만큼이나 비었어! 아싸! 더 사도 돼★ 라는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나거든요. 좀 많이 찼다 싶으면 다시 아래 위 두겹 신공을 발휘하면 되니까 지금보다 1.5배는 더 책을 가지고 있어요. 이힛힛.

확실히 모든 책을 볼 수 있다는 게 시원시원하고 좋네요. 책장을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정리가 쉬워진다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정리해야 책이 제대로 보여서 볼 때마다 읽고 싶은 걸 그 때 그 때 읽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보이는 것만 읽다 보니 금방 질려지기도 하고, 원하는 책 찾을 때마다 고생이기도 해서요.




아, 아무튼 크리스마스는 좋은 날입니다.
자신에게 이런 큰 선물은 덥썩덥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XD
이젠 신년 특집(…)으로 책을 실컷 사서 책장을 채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꺄꺄.

핑백

  • 겨울잠 둥지 : 일년도 안됐다고 이 사람아 2009-08-28 18:25:40 #

    ... 저번 해 말에 새 책장을 샀다고 한 적이 있다. 아직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인데 까마득하다. 빈 책장을 보고 아이 썰렁하여라 언제 이것을 다 채운담 오호호호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 ... more

덧글

  • 파파울프 2009/01/01 00:31 # 답글

    새 책장이라... 에휴... 고시원 생활중이니 책장은 사치...

    뭐... 어쨌거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파김치 2009/01/03 17:59 #

    파파울프님, 고시원이 조금 더 넓으면 좋을텐데요. 어디를 가 봐도 다 비슷비슷하게 좁더군요.;;;;;;
    파파울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르젠틴 2009/01/01 02:52 # 답글

    즈는 이과(?)지만 책은 못버려요 ;ㅂ; 우앙 ;ㅂ;
    오오 책장 ;ㅂ;!! 방의 사면을 다 둘러싸고도 모자라 두겹으로 세우고, 침대방까지 점령했는데, 그 침대방 책장도 다 찼어요. 어찌해야할까요. 버리라고 하신다면 저는 냅다 달려가며 울겠죠 ;ㅂ;

    이미 다시 원하는 걸 찾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만.(책장을 다 뒤져내서라도 찾아 보고 말긴 하지만요 ;ㅂ; ;; 엄마한테 찾아서 보내달라고는 못하지요 ;ㅅ; )

    책장 사신거 여유 공간이 생기신 거 정말 축하드려요 ;ㅂ;!! 에헤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모든 일 다 이뤄지는 한해 되시길 빌어요 =D
  • 파김치 2009/01/03 18:00 #

    아르젠틴님, 그렇게 많이 사시다니! 오오!
    여유 공간이 정말 많아져서 기쁘답니다. 그리고 하나 사 보니까 괜춘한 게, 나중에 또 사도놓을 자리를 보아놓고 있어요. 히힛(..)
    아르젠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의명 2009/01/01 07:34 # 답글

    재활용센터는 직접 방문해서 한가(...)하면 바로 배송해주기도 하더군요.
  • 파김치 2009/01/03 18:01 #

    의명님, 네, 그래도 배송 날짜 정해주는 건 신기해서요.
  • 크르 2009/01/01 08:45 # 답글

    우와아아앗- 제 방엔 이미 책장이 4개가 있어서(...) 새로운 책장은 못 사겠어요ㅠㅠㅠ
    우와, 이렇게 정리가 잘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제가 기분이 다 좋군요!ㅎㅎㅎㅎㅎ
  • 파김치 2009/01/03 18:03 #

    크르님, 책장 4개라니, 책에 둘러 싸여 사시는군요. 하나 더 지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4개라니!;
    저도 오랜만에 책들이 이렇게 가지런히 정리된 모습을 보아서 매우 기쁘답니다.
  • February 2009/01/01 13:06 # 답글

    저도 올해 집에 책장을 하나 사긴 했는데 그건 여태껏 쟁여놓은 책들을 정리하기 위한 거라서...벌써 모자라요. 흑흑 그 인터넷 보니까 10*10인가로 해서 원하는 사각형 만큼 책장 짜주는 거 있던데 그걸로 한 번 해볼까 싶어요. 괜찮으려나?
  • 파김치 2009/01/03 18:04 #

    February님, 괜찮을까요? 써 보시고 좋으면 저도 추천 좀 쿡쿡 해주시어요.
  • 제갈량민 2009/01/02 01:34 # 답글

    나 책장 넣을 자리가 없다. 그나마 책장도 다 찼는데. 걍 책을 버리는 수 밖에 없듬;;
  • 파김치 2009/01/03 18:05 #

    양민, 피 같은 책을 어떻게 버려… 깨끗하게 본 거라면 어디다가 기증을 할 수는 없는 건가?;ㅁ; 버리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낫잖아!
  • 제갈량민 2009/01/04 02:52 # 답글

    근데 파김치야. 너랑 나랑 렛츠리뷰 같은 거 됐더구나. 공부 열심히 하자? ㅋㅋ
  • 파김치 2009/01/05 12:19 #

    양민, 으잉?! 오오오오오오! 츠하하하하! 열공이로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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