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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쯔이 히사시◀와
아카기 타케노리▷의 이야기입니다.
여성향 주의하세요.
아카기 타케노리▷의 이야기입니다.
여성향 주의하세요.
시작됩니다)/
미쯔이는 어느새 다시 바스켓맨의 차림새를 하고 돌아다닌다. 코구레와 둘만 남아서 어떻게 할 바를 몰랐었던 때가, 정말로, 정말로 오래전의 이야기 같다. 단지 몇 달 전의 이야기인데도.
「어이!」
…그래도 바스켓 차림으로 크게 소리 질러 시선을 모으는 건 역시 부끄럽다. 아카기는 자신의 초고교급 덩치가 더 눈에 뜨인다는 것은 제쳐두고 미쯔이의 바스켓 차림을 탓했다.
「어디 가?」
「잠깐 선생님께 물어볼 게 있어서」
아카기는 대답하며 손에 든 문제집을 슬쩍 보여주었다.
「하아」
별거 아니었잖아, 하는 투로 김빠진 소리를 내던 미쯔이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박수를 딱 쳤다.
「잘 됐다」
「뭐가 말이야?」
「나 수학하고 물리 때문에 유급 될 것 같아서, 개인 과외 필요한데 말야. 너 수학, 봐줄 수 있지? 좋아, 고마워! 다행이다! 수학은 고민 끝!」
「……」
봐주겠다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다.
아카기는 그 상태 그대로 지긋이 미쯔이를 노려보며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사실 거절의 말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같이 졸업은 하고 싶은 것이다.
「엄하게 가르치니까 중간에 도망가지 마라」
「잘 할 필요 없고, 유급이나 안하면 되니까 기합 들어갈 거 없어」
무성의하게 대꾸한 미쯔이는 그럼 이따가 교실로 찾아갈 테니까, 하고 손을 흔들며 농구부실 쪽으로 달려갔다.
아카기는 시간은, 이라고 되물으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농구부 연습이 끝나면 올 것이다.
신나서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3년 내내 끊임없이 했던 농구 연습을 떠올렸다. 자신의 모습까지 반사될 정도로 매끄러운 코트, 그 코트를 달리는 농구화의 찌익찌익 하는 소리, 힘을 주어 미는 대로 탄력 있게 돌아오는 농구공의 거친 감촉…. 그러다 문득 손을 내려다보면, 지금은 (역시 매끄러운 재질의) 문제집이 들려있다.
「음…」
아카기는 잠시 그곳에 서 있다가 곧 자신의 목적을 생각해내고 발걸음을 옮겼다.
미쯔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아카기의 교실 문을 열었다.
교실의 맨 뒷자리 창가 쪽에 아카기가 팔에 턱을 괴고 있었다. 형광등을 켜 놓았는데도 노을의 진한 빛으로 한 꺼풀 덧칠해진 느낌이라, 마치 아카기의 뒤에 후광이 비치는 것 같다. 미쯔이는 요즘 피곤했군 하는 둥의 소리를 하며 눈을 비볐다.
「첫날부터 늦는 거냐?」
문 소리에 고개를 돌린 아카기가 으르렁거리며 이쪽을 노려보았다. 그것은 어떻게 봐도 바나나를 빼앗긴 고릴라. 후광이고 뭐고 있을 법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역시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
「늦은 주제에 말이 많군」
투덜거림은 큰 웃음으로 무시하고, 아카기 앞의 의자를 지익 뒤로 끌었다. 미쯔이는 의자를 돌리지 않은 채 앉아 등받이를 껴안은 채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가르쳐봐」
자신의 책을 정리하던 아카기가 멈칫했다.
「뭘?」
「음… 시험 문제. 근데 모르니까 뭐라도 알아야지」
「결국 뭘 하고 싶다는 거냐」
미쯔이는 약간 허리를 구부리고 그 말에 대답했다.
「하아…? 당연히 수학 공부하겠다는 거잖아」
아카기는 당연히 공부하러 왔다는 건방진 말을 하는 녀석을 살폈다. 하지만 다시 본다고 해서 없던 노트나, 교과서나, 하다못해 필기구가 생겨나진 않았다.
「너도 바보냐…」
「뭐가?」
「아니, 교과서야 어차피 내 것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어느 부분을 모르겠다는 거냐?」
그 말에 미쯔이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어?」
「어느 부분을 모르겠냐고 물었는데」
「전체적으로 다?」
「전체적이라니, 미쯔이, 대체 어딜 모른다는 거야?」
「총체적이랄까…」
이쯤 되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 도돌이표와 똑같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아카기를 향해 미쯔이는 정리를 해준다며 말했다.
「너, 전에 나를 보충 학습 해봐서 알잖아. 꽝이다. 꽝이라구. 애초에 난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싫었다!」
「그러니까, 묻고 싶은 것도 생기지 않을 만큼 전혀 모르는 상태라는 거냐?」
「잘 아네」
「여름 보충 학습 때 배운 건?」
「하아? 그런 건 벌써 다 까먹었지」
당연하게도 그런 걸 물어본다, 하고 미쯔이는 뒤이어 당당하게 중얼거렸다. 오히려 그 말을 들은 아카기가 더 부끄럽다. 그렇게 가르쳤는데 하나도 기억을 못하다니. 스파르타 식으로 엄하게 가르치니 분명히 조각이라도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바보다.
아카기가 실의에 빠져서 말이 없자, 미쯔이는 제멋대로 아카기의 교과서를 집어 파라락 펼쳐 보았다.
빽빽하게 필기가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 포스트잇까지 붙어있다. 본다고 해도 여러 가지 수식이 섞여있다는 것 외에는 모르는 미쯔이는 그냥 솔직하게 감탄하며 다시 덮었다.
잘하는 건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몰라도 이 정도면 정말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시험을 쳐서 붙을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아 아카기 자신의 공부가 소홀해지면…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건 또다시 아카기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다.
아카기는 단 한 번도 말 한 적이 없지만, 자신이 나간 것, 그리고 그 후에 한 행동들이 농구부에 얼마나 폐가 되었는지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농구부를 되살리기 위해 아카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또다시 폐를 끼치면 안 된다. 하지만 공부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역시 시간을 조금만 뺏는 게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미쯔이는 최대한 아카기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 하에 자신이 생각해 낸 가장 좋은 방법을 말했다.
「역시, 유급만 아니면 되니까, 대충 가르쳐 줘」
대충.
대충이란 단어는 적어도 아카기 사전엔 없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사전에 있는 것도 싫어한다….
아카기는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버럭 소리 질렀다.
「넌 농구 가르칠 때도 그렇게 대충 하면 된다고 말할 셈이냐!」
「수학 얘기하는데 왜 농구가 나와?」
같이 버럭 소리 지른 미쯔이는, 게다가 난 널 생각해서! 하는 뒷말은 꿀꺽 삼켰다. 그딴 소리는 안 붙여도 상관없어!
「내일부턴 농구부 연습 대신 공부하러 이리 와!」
「엑?!」
「엑이 아냐! 넌 지금 수학의 시옷자도 모르고 있으니 철저하게 다시 해야 해!」
「무리야. 난 농구 연습은 못 빠져」
「빠지고 와!」
「난 너희들하고 달리 2년분의 농구를 쉬었으니까 보충하느라 바빠!」
틱 쏘아붙인 미쯔이는 벌떡 일어나 교실 문으로 향했다.
학생의 본분은 농구보다는 공부일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카기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았기에 바로 그 자리에서 잡지 못했다.
쌀쌀맞게 일어나 나간 것과 달리, 미쯔이는 교실 문을 막 넘어서자 몸을 반쯤 돌려 아카기를 보았다. 그리고 약간 주저하면서도 엄지손가락으로 척하니 아카기를 가리키고 말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농구 연습 후에 안 온다는 건 아니니까, 내일, 준비해 두라구」
아카기는 그만 픽 웃고 말았다.
덧글
나, 나의 리퀘스트!! 하악하악!!
역시 네가 써 준 게 보고 싶었어 ㅠㅠ 보고싶었다구 ㅠㅠ
귀, 귀여워 죽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 세월이 허무하지 않구나!!
일단 생글생글하며 읽다가 태그에서 빵터지고 털썩 쓰러집니다.
일초가 지났으니 이제 덕질하세요...(...)
그럼 와룡반점 본점으로... 살짝 모셔가겠습니다♡
p.s : 그림 산왕전으로 바꿔주면 안될까? 난 그 때의 고릴라가 좋아 ㅠㅠ
// 아, 그림은 계속 바꿀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