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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쯔이 히사시▷와
아카기 타케노리◀의 이야기입니다.
여성향 주의하세요.
아카기 타케노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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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게 잠이 깬 하루코는 하품을 하며 계단에서 내려왔다. 1층에 내려서자마자 달큰한 간장냄새가 퍼진다. 허공에 코를 킁킁거리며 하루코는 방긋 웃었다.
「맛있는 냄새…」
복도를 돌아 부엌으로 돌아가자, 거기엔 아카기가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어깨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우엉을 깎고 있었다.
「오빠!」
하루코가 밝게 불러보지만 아카기는 돌아보지도 않고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 우엉을 손질하는 데 여념이 없다. 말이 없는 아카기를 이미 잘 알고 있는 하루코는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고 주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약간 갸웃하고, 불쑥 질문을 던졌다.
「으음… 오빠, 연인이 생겼어?」
「뭐?!」
뜬금없는 「연인」타령에 아카기는 놀라 칼을 미끄러뜨렸다. 허겁지겁 다시 제대로 칼을 고쳐 쥐는 아카기에게로 하루코는 쪼르르 달려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 내가 도시락 싸는 날인데도 오빠가 직접 요리하고 있잖아~」
「…운동하던 버릇이 남아 일찍 일어나버린 것뿐이야」
「에이~ 그러면 왜 도시락 그릇이 어째서 세 개가 있는 거야?」
그 순간 정말 아차, 하는 얼굴이 되어버린 아카기는 하루코를 외면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약속을 하루코에게 알릴까보냐.
하지만 이대로 오해를 받는 것도 괴로운 노릇으로, 아카기는 그야말로 수렁에 빠진 기분이 되어 하루코가 어서 이 일을 잊는 것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하루코는 아카기의 팔을 잡고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활기차게 말했다.
「나, 새언니는 역시 오빠의 취향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하루코!」
앞서 가기가 백만 광년, 아니, 애초에 방향 자체가 틀리다.
미쯔이를 물론 꽤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그렇지만 그것뿐이다. 연인이니, 새언니니 하는 단어와는 너무나 다르다. 그 조각조차 아니다.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얼굴이 붉어져서 미쯔이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정정하기엔 이미 하루코는 너무 멀리 가 있었고, 아카기는 변명을 늘어놓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런데, 누가 먼저 고백을 했어?」
「시끄럽다」
「에― 대답 먼저 해줘! 어떻게 만난 거야?」
아카기의 무시에도 굴하지 않고 하루코는 그야말로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는 태도로 이것저것 질문했다. 그리고는 질문을 토대로 제멋대로 새언니의 모습을 상상하는, 아카기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악순환을 돌고 있었다.
「음… 둘 다 일어났구나」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빠, 엄마! 있죠, 오빠가 연인에게 줄 도시락을 만들고 있어요!」
「하… 하루코!」
「타케노리, 연애하는 걸 말리진 않겠다만 불필요한 소동을 일으키면 안돼요」
「엄마는 참, 오빠는 안 그래요. 봐요, 벌써 도시락도 만들어 주고 그러는 걸?」
「그렇구나. 그런데, 여자애치고 많이 먹는 모양이네」
아카기는 진심으로 울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도시락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미쯔이에게 넘어갔다. 차마 교실에서 줄 수 없어 교사 뒤편으로 미쯔이를 불러낸 아카기는, 미쯔이가 벽을 돌아오자마자 인사는 생략하고 불쑥 도시락부터 내밀었다.
미쯔이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고 도시락을 받았다.
「하아? 정말로 도시락 챙겨올 줄은 몰랐는데」
「‘적당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
네 녀석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실컷 가족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 싼 도시락이다…! 간신히 달래놓은 속이 또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아카기는 도시락을 떠넘기고 뒤돌아갔다.
그런 아카기를 미쯔이가 불렀다.
「야!」
「왜!」
「아니,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고…」
「……」
갑작스럽게 머뭇거리는 미쯔이를 오래 기다릴 만큼 아카기는 평온한 기분 상태가 아니었다. 아까부터 하루코가 말한 「연인」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머릿속을 데굴데굴 구르며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도시락을 볼 때마다 생각나 버린다.
아카기가 더 기다리지 않고 가버릴 태세자, 미쯔이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못하고 후다닥 말했다.
「고맙다!」
「응?」
「두 번 말하게 할 셈이냐! 용건은 끝났으니까 얼른 가!」
그렇게 말한 주제에 오히려 자신이 먼저 자리를 뜬다.
뒷모습의 미쯔이는 목덜미에서 귓불까지 그야말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어서, 엄청 부끄러워하는구나, 하고 아카기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로 그렇게 미쯔이가 부끄러워하자 아카기는 오히려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부끄러움이 약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아카기는, 그 뒤에 몰아쳐 올 폭풍을 예감하지 못한 채 그저 미쯔이가 내뱉듯이 하고 간 고맙다는 말을 되새기며 미소 지었다.
폭풍은 바로 그날, 점심때의 일이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쇼호쿠의 농구 선수들은 모두 체육관으로 모였다.
스타팅 멤버가 대거 빠져나간 쇼호쿠는 점심시간조차 아까울 수밖에 없다. 새 주장의 ‘점심시간에도 아야짱♥을 보고 싶다!’고 하는 사심이 들어 있지 않다고 100% 말할 수는 없겠지만.
「선배, 오늘은 빵이 아니네요」
아야코는 생긋 웃으며 도시락을 먹고 있는 미쯔이 앞쪽에 앉았다. 미쯔이는 먹던 모습 그대로 잠깐 젓가락을 물고 아야코를 쳐다보았다가 다시 도시락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뭐, 누가 줘서. 아야코, 그것보다, 네가 내 앞에 앉으니까 주장님이 노려보고 계시잖아」
「아아…」
깊은 한숨을 쉬며 아야코는 부채를 말아 쥐고 벌떡 일어섰다. 그 뒤는 보지 않아도 비디오, 듣지 않아도 오디오. 그렇게 모든 사람이 그 뒤의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도 미야기는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친 것은 아야코 쪽으로, 미야기를 향해 눈을 부라리면서도 자리를 옮겨 하루코의 옆으로 갔다.
그 사이 다 먹은 농구부원들은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하루코와 아야코 사이에서는 몇 번의 미소와 홍소가 오갔다.
근래에 자주 체육관에서 되풀이되는, 전원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그것을 깬 것은 평소와 다른, 흥분한 아야코다.
하루코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겁게 웃고 있던 아야코가 한 순간 뭔가가 기억난 듯 놀라 무심코 박수를 쳤던 것이다. 높은 박수 소리가 체육관을 날카롭게 가로지르자, 아야코에게 잘 훈련된 농구부원은 모두 그 순간 흠칫 굳어서 아야코를 바라보았다.
「아, 아냐! 괜찮아, 연습들 해!」
하지만 표정은 전혀 괜찮은 표정이 아니었다.
부원들은 제각각 흩어진 공을 다시 주워와 드리블 연습을 시작했지만, 집중하지 못하고 아야코를 힐끔거렸다. 그걸 말려야 할 부장조차도, 아야코에겐 너무나 약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아야코는 그대로 미쯔이에게 달려갔다.
「선배!」
목을 놓아 응원할 때조차 한 구석에 약간의 여유가 묻어나던 아야코였건만, 지금의 아야코에겐 여유라곤 한 조각도 없다.
「아까! 도시락! 보여줘요!」
미쯔이는 무심코 박력에 눌려 아무 말 못하고 도시락을 내밀었다.
「아아! 역시!」
그야말로 탄성을 지르는 아야코. 그 뒤를 하루코가 걱정하는 눈치로 따라왔다. 하지만 아야코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것도 잠시, 하루코 역시 엄청나게 놀란 얼굴로 미쯔이가 내민 도시락을 보았다가, 미쯔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한 번 크게 심호흡한 하루코는 약간 갈라진 목소리를 내며, 미쯔이를 올려다보았다.
「미쯔이 선배?」
「ㅇ, 왜?」
하루코의 눈이 약간 붉게 비쳤다. 살짝 젖은 눈빛은 무언가를 묻는 것 같기도 하고, 기대는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한 내심을 알 수 없어 미쯔이는 약간 불편한 감정으로 그 눈을 마주보았다.
하루코는 할딱거리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거기에 모두의 귀가 쫑긋 세워진다.
「선배가, 미쯔이 선배가, 우리 오빠의 연인인가요?」
「뭐?!」
――그렇게 폭풍은 시작되었다.
덧글
아야가 저렇게 놀란 이유가 그거였군. 네가 쓴 하루코는 귀엽구나. 왠지 하루코는 나한테는 별로 이쁨받지 못하는 아이라서... 하지만 역시 눈치 100단의 아야는 너무 사랑스러울 따름이고♡ 라지만 역시 고리가 짱짱! 미쯔이도 귀엽지만 고리가 미친듯이 귀엽다 /ㅂ/
자, 어서 빨리 폭풍을 몰아쳐 주세요 ㅠㅠ (뒹군다)
아직까지 주인공들은 멍~ 하니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지.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