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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쯔이 히사시◀와
아카기 타케노리▷의 이야기입니다.
여성향 주의하세요.
아카기 타케노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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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복도를 뛰고 구르며 아카기를 찾던 미쯔이는 문득 어쩐지, 하는 생각이 들어 교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교무실 문을 연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최근에 물어보러 간다 어쩐다 하면서 복도에서 몇 번 마주쳤던 기억이 있었던 것도 있지만, 그런 추리를 할 정도로 미쯔이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단지 손이 가는대로 문을 열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무실 중간쯤에 툭 튀어나와 있는 아카기의 머리가 보였을 때는, 오히려 미쯔이가 가장 놀라버렸다.
「우왓, 아, 아, 아카기!」
갑자기 큰 소리가 나자 교무실 안의 선생이며 학생이 모두 소리가 난 쪽을 뒤돌아보았다. 무언가 설명을 듣고 있던 아카기도 자신의 이름이 크게 불리자 무심코 그 쪽을 돌아보고, 미쯔이를 발견했다.
「미쯔이?」
아카기와 눈이 마주치자 미쯔이는 금세 도끼눈이 되어 노려보았다.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방법은 아니었다.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지만 저 얼굴로 고운 말 바른 말이 나올리는 없다.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어쨌거나 마이너스.
게다가 미쯔이에겐 한 번 정하면 앞뒤는 물론이고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 아카기는, 어서 용무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금방 몸을 돌려 선생을 향해 인사했다.
「그럼 다음번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래, 그래. 얼른 가 봐라」
하지만 그것은 실수의 미스테이크.
몸을 휙 돌려버린 아카기를 자신을 무시한 것으로 생각해 빈정이 상한 미쯔이가, 아카기가 걱정한 그대로 버럭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아카기!」
다시 모두의 시선이 아카기와 미쯔이에게 쏠렸다.
미쯔이로 말할 것 같으면 전직 중학 MVP에 이어 전직 깡패, 그리고 또 다시 전직하여 급관심을 받고 있는 농구부원이다. 그 어느 부분을 보아도 주목 받는 걸 싫어하는 타입은 아니다. 끈적거릴 정도로 달콤한 호기심에 가득찬 시선이야 당황해서 물리쳤지만, 이런 담백한 별 뜻 없는 시선이 쏠리는 것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미쯔이는 당당하게 아카기에게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너 나랑 사귀냐!?」
교무실은 말 그대로 1, 2초간 정적에 휩싸였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한 선생이 새된 소리로 「뭐?」하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기점으로 각종 다양한 반응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반응 중에서도 단연 눈에 뜨이는 것은 아카기다. 삶은 문어처럼 새빨갛게 되어서 귀에서 증기라도 뿡뿡 나오지 않을까 할 정도로 당황한 것이다. 몇 번이나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도 무, 저, 하는 등의 단편적인 소리가 새어나오기만 할 뿐, 말을 잇지도 못하고 뻐끔뻐끔거리다가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허둥지둥 젓기도 한다.
보는 사람마저 부끄러워 질 정도로 맹렬하게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에 또다시 교무실은 새로운 반응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니까 소문이…」
미쯔이 역시 아카기가 이렇게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라 뒤늦게야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그러더니 종국엔 자신도 얼굴이 빨개져서는 아카기를 마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꺾었다.
마치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두 사람의 고개를 들게 한 것은 주임이었다.
노老 주임은 손뼉을 짝 마주쳐 주의를 집중시키고 생긋 웃었다. 그 미소는 일명 부처의 마지막 자비. 다시 말해, 지옥으로 내몰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여 주는 미소다.
「자아, 미쯔이 히사시 군, 아카기 타케노리 군?」
주임은 품위 있게 흰 커프스 끝의 두 손을 허리 부근에서 마주잡았다.
「잠시 상담실로 따라오겠어요?」
미쯔이와 아카기는 순식간에 현실 세계로 돌아와 찍 소리도 못하고 자신들의 가슴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여선생에게 끌려 교무실에서 사라졌다.
문이 닫히자 교무실은 한순간에 끓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달아올랐다. 두말할 것 없이 둘의 당당한 연인 선언(?)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둘 다 소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거군요?」
주임은 아카기와 미쯔이의 말을 차례로 간단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저도 이 소문은 여러분을 통해 처음 듣기 때문에 어떻게 된 일인지 확실하게 알기 어렵군요」
「그럼 빨리 내보내 줘요」
상담실로 들어와서는 내내 노골적으로 싫어하던 얼굴인 미쯔이가 투덜거렸다.
「제가 보기엔…」
주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저 왜곡된 소문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게 낫겠죠. 이쯤에서 소문에 정통한 분이 필요 하겠어요」
「정통?」
미쯔이와 아카기는 덮쳐오는 허탈함과 불안감에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주임 선생님, 이 녀석들은 제게 맡겨두십시오!」
그 불안과 허탈은 헛되지 않았다. 문이 벌컥 열리고 열혈 체육 교사가 등장한 것이다.
체육 교사는 그야말로 ‘체육 교사’ 타입으로 생긴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로, 호쾌한 생김새와 다르게 끈질긴 구석이 있다. 거기다 상담실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학생들을 상대로 그 끈질김을 발휘하는 데 천재적인 센스까지 있었다.
미쯔이는 반사적으로 삐딱한 자세가 되어서 그를 쏘아보았다.
「무슨 일인지 모두 알아왔으니까요!」
「학생들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니…」
「부탁드립니다」
체육 교사는 되도록 혼자서 둘을 볶아대고 싶은 눈치였지만, 주임의 한 마디에 헛기침을 하면서 자신이 듣고 온 소문을 풀어놓았다.
1학년 때부터 아카기가 구애(!)를 해왔기 때문에 참지 못한 미쯔이가 부를 나가 버렸고, 이제 사랑을 받아주게 되어서 다시 부로 돌아왔다든가, 도시락은 그 사랑의 증표라든가 하는 한 마디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고, 그 중의 진실은 자신이 미쯔이에게 도시락을 싸 준 것 하나뿐이다.
아카기는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이마를 짚었다. 원래 연애 소문은 믿을 게 안 된다지만, 상대는 미쯔이 히사시로, 이리보고 저리 봐도 건강한 남자인데, 아무도 그 부분에서 태클을 걸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의문을 가지고 새삼 미쯔이를 돌아보자, 그 쪽 역시 불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외로 꼬고 체육 교사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볼을 희미하게 부풀리며 후우, 하고 크게 한숨을 쉬고 눈을 내리깐다. 볼을 부풀린 탓인지 턱에 그어진 희미한 흉터 자국이 도드라졌지만, 약간 날카롭던 인상이 훨씬 온화하게 바뀌었다.
깜빡, 하고 눈을 감을 때마다 짙은 밤색의 속눈썹이 눈 아래 애교살 너머까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루카와가 워낙 희었기 때문에 가려졌지만, 미쯔이 역시 남자치고 비교적 흰 피부였다.
피부는 거친 밤놀이를 했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빛났다. 손에 모아 쥐면 촉감만을 남기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결 고운 모래처럼 그 볼 또한 보드라우리라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쉽사리 만질 생각이 들지 않은 건 미쯔이의 날카로운 인상 때문이었다. 단정하지만 고집이 세 보이는 얼굴이라 조금만 눈썹을 찌푸리면 금방 화난 얼굴이 되어버린다.
묘하게 사람을 가까이 오게 하지 못하는, 저 얼굴이 편안하게 풀어질 때를 알고 있다. 항상 치켜있던 눈썹이 내려오고 큰 눈이 접히며 시원스럽게 웃을 때를 알고 있다.
웃지 않은 자의 한 번의 웃음은 백만금.
미쯔이의 웃음이라면 백만금의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미쯔이는 지루한 듯 몸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고개를 까딱이다 흘러가듯 아카기를 쳐다보았다. 속눈썹보다 더 밝은 색의 밤색의 두 눈동자가 이쪽을 응시하지만 조금도 흥미가 없다는 눈이었다. 아카기를 보고 있지만 더 먼 뒤를 보고 있는 듯, 혹은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아무런 감정의 파편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눈.
그러나 바로 눈을 돌려버리기엔, 고개를 약간 치켜들고 있는 만큼 사람을 내려다보며 곁눈질하는 그 차가운 눈매에는 묘하게 선정적인 구석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람을 매혹시키는.
싫어.
웃어 줘.
아카기는 무심코 손을 들었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함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깍지를 쥐어 끼었다.
아, 그런가.
아무도 미쯔이가 구애 받는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은, 이렇게 아름답게 생겼기 때문인가.
남자라도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소문이 진실이 아니라는 당연한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 설명한 결과 간신히 체육 교사의 손에서 놓여졌다.
기운이 쭉 빠져버린 둘은 나란히 어깨를 하고 나와 적당히 상담실에서 벗어났다. 한산한 계단에 둘은 말없이 잠깐 그대로 주저앉아있었다.
문득 아카기가 일어나 근처의 자판기에서 음료수 두 캔을 뽑았다.
걸어오며 하나를 미쯔이에게 던지자, 미쯔이는 멋지게 공중에서 캔을 캐치.
「아, 또 포카리냐」
이미 체육 교사에게 소문은 다 소문일 뿐이라고 설득하느라 기운이 다 빠진 아카기는 화도 내지 못하고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캔을 땄다.
「미쯔이」
「왜」
「도시락 건은 없는 걸로 하자」
「그… 래. 점심 한 번 얻어먹은 걸로 이렇게 귀찮아 질 줄은 몰랐으니까. 게다가 네 놈이 싸준 도시락은 할아버지 도시락 같아서 마음에 안 들었다구」
「시끄러. 100엔이나 내놔」
「이건 도시락 대신이다. 과외나 앞으로 열심히 준비해」
문득 살핀 미쯔이의 눈은 이렇게 똑바로 자신을 향해 있다. 장난스럽게 웃는 입매도 아까처럼 냉정하지 않다.
아카기는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끼고 얼굴에 미소를 담았다.
덧글
난 니가 묘사해주는 미쯔이가 너무 좋다!! 내가 쓰면 항상 외모 찬양만 하다가 공주(?)화 되어버려서...(...) 미쯔이가 아카기 쳐다보는 장면 완젼 좋아~♡
데헷 그럼 이 녀석도 본점으로 뫼셔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
나에겐 수라고 해도 역시 어느정도 듬직한 맛이 있어야 해서 그런가. 꽃수가 뭐야, 걷어차 걷어차. 낄낄.
멍때리는 장면을 말하는 게로구나. 시크한 걸 좋아하는군.; 무리다, 나한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