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질문 1의 답변 답했습니다

질문1

1. 만약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싶으니 제발 부탁인데 이혼해 달라고 한다면?

냉정하게 생각해서야 그런 거랑 평생 잘 먹고 잘 사나 보자, 하고 이혼 서류에 도장 쾅! 찍고 돌아서야 될 테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자니 남은 평생을 나를 좋아하지도 않고,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지지 않게 만드는 방해물로 여기고 있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로까지 애정이 식었는데도 아직 몰랐다면 난 정말 눈이 먼 거고, 이혼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 어느 정도 암시는 있었을 테니 생각 외로 담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알았거나 몰랐거나 그 이야기가 상대방의 입을 통해서 나와 현실화 되는 순간엔 역시 눈앞이 캄캄해질 것 같다.



2.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장 친한 사람과 내가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단 캄다운을 외치며 총구를 천천히 다른 쪽으로 바꾼다. 친구가 놀라지 않게. 캄다운.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니까 그냥 울컥해서 총을 들었고 반사적으로 친구도 총을 겨눴다고 생각하자. 근데 애초에 가장 친한 친구나 나나 한국에서 총을 들고 있을 만한 레벨의 사람들이 아닌데.



3. 아침에 일어나 나와보니 밖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누구의 발자국도 없이 새하얀 눈이 길에 쌓여 있다면?

5초 정도는 기뻐한다. 오오 흰 빛의 평원!
그렇지만 어렸을 때 많이 밟아봐서 누구의 발자국도 없이 새하얀 눈길~ 에 대한 로망은 그다지 없다.



4. 친한 친구가 관계를 맺은 사람 때문에 친구가 나에게 연락을 취하면 내가 위험해진다. 일말의 설명도 하지 못한 상태로 이런 상황이 되었다. 어떻게 해주길 원하나?

내가 위험해지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보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단지 자기가 보고 싶어서 연락을 취한다는 건 싫다. 애인도 아니고 뭐야, 사랑이 넘치면 그 사랑으로 날 보호해야 할 거 아님? 이 경우에는 친구에게 따라붙은 스토커라는 상황이 생각나서-_-;

친구가 자신도 위험하고, 아는 사람과 연락을 취하면, 그 연락 받은 사람이 위험하다… 는 정도에서 자신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반대로 연락이 반겨지겠다. 첫번째의 연락에서 가능한 한 상황을 납득이 가게 설명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_-; 갑자기 전화를 받았는데 이제 너 위험해! 나 때문이야! 그러면 뭥미?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강한 프레셔를 줄 수 있는 걸 상대하려면 대체 뭐에다 상담해야 할까.;;



5. 어느 날 내가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친구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름을 물어보고 내가 누군지 설명한다.
뒤늦게 아아, 맞아 맞아, 너, 하고 떠올릴 정도로 희박한 사이라면 좀 우울하고 찝찝하고 한 마리의 개미가 되어 벽 타고 싶겠지만, 이해할 만한 일이니까 그냥 실컷 서운해한다.
그러나 희박한 사이가 아닌데도 기억을 못 하면… 아 역시 나만 혼자 친하다고 생각했구나 거리 조절이 뭐 이렇게 어려워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왓더헬 치킨치킨… 혼란에 빠진다.



6. 길에서 친한 친구를 발견해서 내가 친구에게 인사를 하는데 친구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내 옆에 누가 함께 가고 있었다면 그냥 못들었나 보다, 혹은 잘못 봤나 보다, 하고 지나칠 확률 90%….
혼자 가고 있었다면 다시 한 번 불러보거나, 한 번 붙잡아 본다.



7. 밤에, 약속장소로 나갔더니 친구가 흉기를 들고 피를 묻힌 채 서 있다. 발치에 피투성이의 사람이 쓰러져 있다. 어떻게 할텐가?

119부터 부른다. 사정 설명은 그 후에 듣는다.
일단 도망 못 가게 꽉 붙들어 앉혀놓고 정신상태가 어떻게 된 건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렇대도 역시 피가 흥건해 있는 장소에서라면 나도 정신이 없겠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게 제일 빠르겠다.



8. 친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친구가 문득, "나 사람을 죽였어" 라고 말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보라고 한다. 어차피 얘기하고 싶으니까 첫 마디를 꺼낸 거잖아.
그런데 실제로 얘가 범인이라면 신고는 해야지. 팔은 안으로 굽는게 당연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가볍냐. 고의가 아닌 단순한 사고였다면 어느 정도 동정을 가질 수 있겠지만, 고의로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아마 친한, 이 아니라 친했던, 으로 카테고리가 바뀌지 않을까.
사람 보는 눈은 없지만 적어도 나와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을 보는 건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도 무너지겠고.



9. 재능과 미모 중 하나를 준다고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해서 다른 한쪽이 지금 상태에서 더 나빠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 되는지, 왜인지 살펴보고.
분명히 어떤 리스크가 있을 테지만, 나는 재능. 망설임 없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재능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바라면 과욕인가. 하지만 재능 중에서 '사람의 미움을 사는 재능'이라거나 '기계를 만지면 어떻든 기계가 망가지는 재능' 같은 걸 얻으면 만사 꽝이잖아. 아, 두번째는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긴 할까-_-;;



10. 죽을 때까지 평생 함께 있어주는 작은 요정(홍차왕자의 미니어처 사이즈 왕자들 쯤으로 생각하시오. 단, 이 요정은 나 외의 사람에겐 보이지 않음) 같은 것과, 내가 함께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죽지 않고 곁에 있어주는 좋아하는 종류의 애완동물(모든 사람들의 눈에 보이고 실존하는 것).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함께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애완동물이 사라지나?
그냥 그 때부터 늙기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역시 애완동물. 안을 수 있고, 따뜻하고, 같은 동물의 시간을 공유하는 게 좋다.
나를 조금이라도 돌봐줄 수 있는 건 작은 요정 쪽이겠지만, 역시 같은 애완용(…)이라고 해도 인간의 모습을 한 것과 동물의 모습을 한 것의 차이는 크니까.
인간형인 경우엔 어떻게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그… 뭔가를 계속 밑바닥에 깔아야 하는데, 동물은 다르다. 굉장히 기본적인 것만 서로에게 필요하니까 훨씬 마음이 편하다.



질문이 보통 친구와 대립하거나, 혹은 잊혀지거나 하는 상황에서 선택해야 하는 게 많네요.
어떤 심리가 궁금하신 걸까나...

덧글

  • 제갈량민 2009/05/14 16:38 # 답글

    어렵다. 이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문답이군.
  • 파김치 2009/05/14 17:11 #

    양민, 문답이라기보단… 걍 질문에 가까우니까.;
    선택의 폭도 좁고, 되도록 둘다 하고 싶지 않은 선택들이 많아서 나도 고생했어.;ㅅ;
  • 미냐 2009/05/14 17:59 # 답글

    와 이거 재미있어 보여요. 파김치님의 성향? 을 알수있을꺼 같기도
    엄청 침착하신거 같다능.
  • 파김치 2009/05/14 23:02 #

    미냐님, 치..침착으로 보이십니까!(우왕, 칭찬이다 칭찬이다!)
    실제로 저런 상황이 오면 식은땀이 엄청 나서 하나도 안 침착할 거 같아요ㅠ_ㅠ
  • 라히오 2009/05/14 23:31 # 답글

    단적인 질문인데 이 질문만으로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해석되고 판단도 틀려지더라구요. 그런 게 사람마다 성향이 확연하게 드러나서 더 궁금하고 듣고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눈이 쌓인... 에서, 제 친구 중 한 명은 밖에서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맞이할 일이 없을 거라는 이야기부터 먼저 한 다음 상황1, 2를 제시한다던가. 다른 사람은 그 상황에서 발자국을 찍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던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생각도 다른 점이 있어서, 더 재밌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질문에 제시되어 있지 않은 조건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따라붙는 게 있거나 없거나 하는 점도 있고요. 그런 차이를 보는 것도 좋더라구요.


    제 상태가 이런쪽으로 몰리는지 질문도 이런 질문만 나왔네요;
    갑자기 줄줄 생각나니 마구 궁금해져서요. ^^;
    트랙백 답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파김치님의 성향을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었네요. :)

  • 파김치 2009/05/15 01:26 #

    라히오님, 저도 라히오님 블로그에서 이어져 가면서 봤는데, 얼추 비슷하다고 하면 비슷한데, 표현이라든가 대처 방법이 꽤 달라서 흥미있게 봤습니다. 전 조건 꽤 많이 건 편인 것 같기도..=ㅅ=;
  • 띨마에 2009/05/15 00:44 # 답글

    ..2번은 간간히 생각하는 내용이군요(.......)

    결말이 항상 좋지 않아서 문제지만.
  • 파김치 2009/05/15 01:26 #

    띨마에님, 아니 총을 생각하십니까?! 장난감 권총도 그다지 접해보지 못한 저는 그저 오오;
    결말이 좋게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요,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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