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입문 경로를 따져보면 녀석이 보인다 읽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하지만 사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적이 없다!) 치과와 이비인후과를 일주일에 한번씩 다녔습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바쁘셔서 혼자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심심해서 비치되어 있는 잡지를 집어들었죠.
비치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수없이 읽어댄 아이들 덕분에 이미 너덜너덜해진 챔프와 밍크를.
…그 때 집어들었던 것이 여성동아였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요.

신기했던 건 챔프는 반 정도? 혹은 1/3쯤의 분량은 뒤에서부터 보는 '신기책'이었다는 거.
재미 있으라고 그렇게 하는 줄 알았던 순수했던 어린 날은 가고, 음, 근데 익숙해지니까 별 생각없이 만화책을 집어들면 뒤부터 보게 되네요.

제일 재미있게 봤던 건 소년 탐정 김전일! 막 그 때 새로 연재가 되고 있어서 기차 안에서 트럼프 마술 트릭을 풀던 장면이 똑똑하게 기억이 나요.
제일 재미없게 봤던 건 4번 타자 왕종훈…. 야구 룰도 모르고, 스토리도 모르는 스포츠 만화. 주인공이 뭔가 필사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건가? 하는 막연한 느낌밖에 오지 않아서 대체 이건 뭐야~! 했었죠.
병원 다니는 일을 그만두고 나서는 어떻게 만화를 보는 건지 모르는 채 중학생까지 올라갔다가, 학교 근처에 대여점이 생겨서 그곳에서 김전일과 재회! 그렇게 처음으로 대여점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정석적으로 우연히 알게 된 만화 잡지 → 단행본 루트로 만화계에 입문을… 그러니까 김전일 때문인가






아, 야오이 입문은 중학교 때 좋아한 뜨거운 그룹을 다룬 소설이 있다고 해서 보게 된 것이 계기입니다. 그 후 뜨거운 그룹 팬픽 → 온갖 팬픽을 아우르며 동인지를 거쳐 훌륭하고 당당하게 양지로 나와 루비 코믹스로….

덧글

  • 히카리 2009/07/12 23:45 # 답글

    지름신은 김전일이었군요.
    그렇다면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원피스를 지를수 밖에 없었던걸까요.(죄송합니다;)
    저는 언니덕분에 순정만화의 길로 흘러갔고
    친구들덕분에 루비를 알게 되고 그다음에 팬픽으로 스리슬쩍 빠졌네요.
  • 파김치 2009/07/14 14:22 #

    히카리님, 지름신이라기보다, 저의 오덕을 이끌어 준 게 김전일이었어요. 나중에 김전일이라는 이름 자체가 그냥 긴다이치로 성이었던 것을 알게 된 후의 좌절이란….
    히카리님은 전파 되셨군요>ㅅ<
  • 희정 2009/07/13 10:03 # 답글

    …그 때 집어들었던 것이 여성동아였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요.<-으하하하.;
    제 생각에는 그 이후에라도 만화책을 접하셨을듯!
  • 파김치 2009/07/14 14:22 #

    희정님, 대여점이라는 것도 있는 줄 몰랐으니까요… 혹시 몰랐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ㅅ;
  • 제갈량민 2009/07/13 14:19 # 답글

    어디 핑계를 들려고 드냐? 넌 그냥 만화 인생임 ㅇㅇ
    그리고 나의 야오이 입문은 너다. 니가 날 망쳤어!! OTL

    태그 : 개인덕홈을운영하고있는것도, 지금은청출어람이된것도, 파김치너때문, 흑흑
  • 파김치 2009/07/14 14:23 #

    제갈량민, 핑계가 아니라 원류(…)를 되짚어 본 것 뿐.
    보지 않겠는가 하고 보여준 제가 죄인. 그럴 수도 있지영^^;
  • 의명 2009/07/14 21:20 # 답글

    왕종훈은 정말 무슨 재미인지 아직도 모르겠음.
    전 아마 손희준의 [배틀! 하이랜더]였을 겁니다.
  • 파김치 2009/07/15 13:10 #

    의명님, 나중에 찾아본 적이 없어서 왕종훈은 저도 대체 무슨 재미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러나 저러나 배틀! 하이랜더라니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다…!
  • 여람 2009/07/14 22:10 # 답글

    루비코믹스는 양지인가요(웃음)
  • 파김치 2009/07/15 13:10 #

    여람님, 그만하면 충분히 양지죠~
    서점에서 살 수 있어! 두둥!
    이런 느낌일까요?
  • 라히오 2009/07/27 16:00 # 답글

    저는 어머니께서 한글을 좀 더 빨리 배우고 재밌게 깨우치라고(이미 글은 읽을 줄 알았고, 단지 활용범위가 좁을 뿐이라) 소년중앙...이었나? 그런 이름의 만화잡지를 사주시기 시작한 게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ㅂ'
    큰집에 가면 '보물섬', 저희집엔 '소년중앙(애매한 기억;)'.
    그리고 그걸 보면서 크다가 어느 정도 제가 한글 사용이나 읽기에 자유자재가 되었다 생각하신 어머니께서는 잡지를 스톱하셨는데, 그 이후로 동생이랑 제가 단행본 만화책들을 사보기 시작했구요. 란마 되게 좋아했는데, 그 때 나온 건 전부 다 해적판이었어요. 지금 제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쬐끄만 게 그 때 흔한 사이즈였는데, 권당 500원인가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용돈으로 사모으기 시작한 '나나'. 창간호부터 시작해서 한참 모으다가 그만뒀네요.
    값도 오르고, 책 놔둘 장소도 모자라게 되고, 좋아하던 만화들이 점점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도서관의 책을 볼 나이가 안 되어서(초교전) 한글 읽으라고 시작한 게 만화였는데, 이젠 여러가지 의미로 도움이 되어서 보고 있습니다. :)
    물론 재미도 있고!!!
    소설이나 인문서랑 같이 비교해봐도 전혀 가볍거나 꿇리지 않는 만화들이 많아서 좋아요. >ㅂ<
  • 파김치 2009/07/31 16:49 #

    라히오님, 저희 부모님은 애초에 만화를 어린애들이나 보는 거! 라고 하시면서 어렸을 땐 전혀 안 보여주셨다지요.; 덕분에 만화책 자체는 굉장히… 라고 할까 어쨌거나 집에서 용인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ㅅ;
    제게는 말로만 들었던 보물섬을 직접 보셨군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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