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아카네 신지에서 꽃이 지다, 르네상스 요시다 읽었습니다

아카네 신지에서 꽃이 지다 - 10점
Renaissance Yoshida 지음/현대지능개발사

애초에 띠지 같은 건 책을 받자 마자 벗겨 아무 곳에나 두는 타입이고, 그런 타입인만큼 띠지의 서평과 <~하는 ~>라는 한줄요약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 오히려 띠지의 서평이나 한줄 요약이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원피스 같은 경우에도 자주 해양 액션 로망! 이라고 하는데 엄청 낯간지럽고 원피스가 이렇게 요약이 되는 건지 그저 한숨이 나온단 말이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면 주무대는 해양, 싸우니까 액션, 보물 중의 보물 원피스를 찾는 모험이니까 로망…. 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단어로 해양 액션 로망이라고 딱 잘라 부르면… 마치 내가 읽은 원피스는 아닌것 같단 말이다.


거기다 서평이라고 해도 결국 책을 팔기 위한 광고니까, 꿀처럼 달콤한 말만 써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띠지의 짧은 서평만 믿는 것이 바보가 된다만, 「아카네 신지에서 꽃이 지다」는 정말 꼭! 띠지의 서평을 읽어봐야 한다. 거기에 이 책의 모든 것이 담겨있… 진 않은데 이 책이 어떤지, 설명이 된다.

심지어 단어 자체가 잘 보이지도 않지.
찍사 솜씨가 아니라 원래 흰 글자 아래로 희게 긁은 그림이 있어서 잘 안 보인다.


만화 표현의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압도적인 양의 대사가 흘러넘치는데도 불구하고 미처 다 이야기하지 못한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심상세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가장 이단적인 만화가로서 주목을 받고 있었던 르네상스 요시다의 현학적이자 문학적이자 철학적이자 논리적인 딱딱한 모노로그, 그리고 가장 열정적이면서도 가장 광기 넘치면서도 가장 색다르고 가장 로맨틱한 연애의 테제를 끝까지 그려낸 작가 자신의 기념비라 할 수도 있는 기대의 첫 단행본이 드디어 등장했다!!



…무슨 소리신지 한 번에 이해가 가심? 읽으면서 헐떡헐떡 무심코 마침표를 찾게 되는데, 저 긴 와중에 딱 한 개밖에 없다. 그나마 한 개라도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박수쳐 줘야 한다.

저 긴 서평에서 건질 것은 압도적인 양의 대사, 딱딱한 모노로그, 연애, 첫 단행본이라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서평 자체의 분위기보다 양에 집중해 보면 「아카네 신지에서 꽃이 지다」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결론;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고, 길다.
현대지능개발사에서 8,500원의 만화가 나온 것도 놀랍지만, 심지어 300 페이지를 넘는 만화, 거기에 거의 소설에 가까운 문자열, 그것도 80%는 넘는 모노로그라는 건 정말 지능개발이라도 하는 느낌이다.



p131.(모노로그가 짧고 이해하기 쉬워서TㅅT)
그림체는 완전히 자신만의 세계가 이미 있는 듯.
선을 엄청나게 많이 긋고 두껍다. 그래서 사람보다 꽃과 나무를 그릴 때 가장 예쁘다. 내용과 함께 보면 미치도록 편집증 같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내용은 간단하다. 184 페이지라는 위엄에 맞지 않게 간단하다.
아카네 신지의 점장을 맡고 있는 검도부 부장 쥬우젠을 사랑하는 후카자와. 그러나 쥬우젠은 후카자와를 견디지 못하고, 매몰차게 버려진 후카자와를 하니야가 줍는다.
이렇게 쓰니까 무슨 상큼한 청춘물 같다.
전혀 청춘물 아님. 근데 성장물 같긴 함.

거기에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호쾌함(이 부분말고 다른 부분에서는 호쾌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모노로그들 덕분에 한 번 읽어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처음 읽었을 때 뭐라고… 어쩌란… 정도의 느낌을 주던 모노로그들이, 전체적인 사건을 파악하고 다시 읽어보면 새파랗게 와닿기도 한다.

그쯤하면 이 많은 단어를 쏟아내기 위해서는 만화가 아니라 소설이 더 잘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지만, 가끔씩 만화라서, 눈에 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표현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그보다는 더 자주, 배경 설명이라거나 등장인물의 옷차림, 시점,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정보를 텍스트로 쓰지않고 만화로 미뤄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주인 <공>(…)인 카이코 쥬우젠, 사실 고 3이다! 등장시기의 대부분이 고3이었다!

히이이이익.
진심으로 좀 오싹했음.
어떻게 하면 그 나이에 그렇게 미친 놈이 될 수 있나여? 잔인하다든지, 비뚤어졌다든지 그런 것과는 다르고 그냥 사람 자체가 일그러졌다. 제정신이 아니다.

저 쥬우젠을 사랑한 후카자와나, 후카자와를 사랑한 하니야는 물론 페이스도 고등학생다웠고 표현방법이 과격하고 좀 미친 것 같아도, 보고 있으면 역시나 고등학생답다고 해야 하나 인간답다고 해야 하나 그런 귀여운 구석이 있는데, 쥬우젠만큼은 아니다. 무서워T-T
보면서도 내내 설마 학생이겠어, 쥬우젠은 사실 고등학생 코스프레를 하는 건지도 몰라, 하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졸업식 장면도 끝에 나온다. 두둥.



재미있게 봤지만 BL의 공식 구도와는 꽤… 많이 다르기 때문에 유의.
매니악하다.
여러 명과 교제(…순화, 순화)하고 꽃을 파는(…) 수가 싫다면 주의.

덧글

  • 여람 2010/01/08 20:17 # 답글

    띠지...도 충격적이었지만, 르네상스 요시다...가 필명인 걸까요(...)
    뭔가 심하게 용감하달지..................... 난해하네요.
  • 파김치 2010/01/09 14:39 #

    여람님, 르네상스 요시다가 필명입니다. 설마 본명일 리는 없겠구! 이래저래 난해한 작가에요~ㅅ~
  • 의명 2010/01/08 23:19 # 답글

    저도 '르네상스 요시다'라고 해서 '요시다'를 동사로 생각했어요;;
  • 파김치 2010/01/09 14:40 #

    의명님, 르네상스 오시다 인가요;;;
    하긴 르네상스를 필명으로 쓰다니, 홈런 켄 만큼이나 괴악하죠.
  • 아카르 2010/01/09 10:15 # 답글

    띠지는 이책을 읽으라는건지 말라는건지 헷갈리네요[...]원피스는....괴기 코믹 명랑 액션 해적 모험극?[...이것도 아닌것 같고[...]]
  • 파김치 2010/01/09 14:41 #

    아카르님, 매니아 지향 만화니까요. 만화책치고 비싸고 두꺼운데, 읽고 나서 후회가 들면 곤란하잖아요. 새삼 띠지는 그래서 읽어봐야 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원피스에서 괴기도 들어갑니까!
  • 아카르 2010/01/09 20:59 #

    애들 팔이 늘어나고 몸이 동강나고 불타오르고 하니까요[읭?]
  • Twink 2010/12/29 23:32 # 삭제 답글

    정말 graphic novel 이군요. 요새는 인내심이 제로라서 먼저 훝어봤는데, 여러가지를 본 저러서도 엄청 놀랐던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대부분.......< 대단하긴 대단할 것 같네요. 작가가 노린 효과라는 건 알지만서도, 아직도 속이 약간 이상합니다. 읽고 싶긴 한데, 어쩌면 좀 더 있다가 나이 좀 더 먹고 읽는게 좋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성인이지만 그런 책들이 몇개 있지요)
  • Twink 2010/12/29 23:41 # 삭제 답글

    마침 짤막한 글을 아~주 오랬만에 써보고 있었는데, 역시 팬픽을 -_-;; 쓰고있던 저와 굉장히 비교되는 양의 생각을 문장 하나하나에 집어넣으셨더군요. 계속 헤밍웨이를 (지루하게) 읽은 (혹은 두 이야기 빼고 훝어본) 기억에, 짧은 문체어 허우적대고 있던 저에겐 결정적인 slap 이었습니다. -_-;; 가 제 반응입니다. -.- 역시 생각은 많이 넣어서 쓰는 건 다르군요. 뭔가 안 맞는 의미로 쓸때는 집중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혼자만의 리뷰 -_-;;
  • Twink 2010/12/29 23:47 # 삭제 답글

    너무 도배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 이런 거 읽는 멋진 분이라서요. :DDDDD 그리고 하도 특이한 거라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저는 특히 최근에 들어서 만화책을 굉장히 즐기고 있지만, 이걸 보고나니 다른 만화책들이 그림책처럼 보이는군요. 흠흠흠 아마 앞으로 흐려져 갈 느낌이지만, 갑자기 절도하게 느낀거라서 어딘가에서 나누고 싶었습니다. :))
  • 파김치 2010/12/30 13:12 #

    Twink님, 한 번에 몰아서 달겠습니다!(후후)
    여러가지 의미로 다른 만화책과 다른 르네상스 요시다의 아카네 신지에서 꽃이 지다, 였습니다. 물론 만화긴 한데-_-; 읽어보셨다니 아시겠지요! 칸은 정직하고 느리게 나눠지지만 그 사이 사이 숨이 막힐 정도로 쏟아지는 나레이션에 허우적 거릴 수밖에 없어요.
    저도 처음 읽었을 때는 아직 어떤 지도 모르면서도, 작품 전체에 깔리는 무거움에 질식했어요ㅠㅠㅜ우우ㅠㅠ이걸 보고 난 후에 다른 만화책을 볼 때의 그 시원시원함과 명쾌함이란!(내용에서도-_-;)
    끝의 단편...이라고 할까 장어 축제에서는 웃을 기운도 없어지고-_-; 왜 이런 똥꼬발랄한 내용을 그리는데도 우울해보이는 작가일까요-_-;;;;;;

  • Twink 2010/12/30 15:28 # 삭제 답글

    예, 아직도 생각하면 속이 약간 이상해져서 (그리고 게을러서) 완전히 제대로 읽진 못했는데요... 마지막이 발랄한 내용이었나요? ;; 저는 고문인 줄 알았다는.. 음 제대로 읽어보..면 알겠지요..... <<

    예 작가가 여러가지로 구상하고 연구하면서 모든 걸 사용해서 분위기를 만드는군요. 쥐 (Art Spiegelman 이 지은 Maus) 에서처럼 여러가지를 깊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하하효 2014/11/30 18:38 # 삭제 답글

    아 진짜 이거 보고싶은데 책을 살수 밖에 없는건가ㅠㅠㅠㅠ완전 제 취향인거 같아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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