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이젠 새삼스럽지 않은 봄눈 일상

그러고보면, 04년도부터 꼭 한번씩 삼월에 눈이 펑펑 온다.
처음에야 놀라서 아늬 세상에 이런 일이 남극이 녹아가고 아열대 기후가 올라오고 있다는데 오라는 바나나 나무는 오지 않고 삼월에 눈이 내리니 이거슨 엘리뇨와 라니냐의 관계와 같이 반동인가… 짧게 말해 이상 기후다! 하고 생각했지만 올해까지 쭉 눈이 내리니 이제 삼월의 눈은 의례행사다.
다음 해부터 삼월에 눈이 안 내리면 오히려 이상해 삼월인데 막눈(…)이 내리지 않아, 이상 기후야! 라고 외칠 것 같은 기분.

오히려 겨울엔 구경도 하기 힘들었던 눈이… 라고 작년의 삼월에, 재작년의 삼월에도 말했지만 올해는 아니다. 올해엔 첫날부터 하늘에서 내리는 흰 똥을 죽을 정도로 많이 봤으니까요.
거기에 걸맞는 위엄으로 올해 삼월의 똥…이 아니라 눈도 꽤 쌓였다.
놀이터에 한 명도 들어가지 않은 그대로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었다. 미끄럼틀 아래, 그네 아래로만 눈이 쌓이지 않고 검은 흙이 드러나 있는 건, 와, 눈과 흙이 또렷하게 대비되어서 엄청 예뻤다. 눈꽃이 피었다고 하는 그 표현도, 왜 "꽃"으로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아.
그렇게 삼월의 눈을 만끽하며 길거리에서 기약 없이 헤매다 삼십 분이 지나고 나니까, 역시 눈 따위 똥으로 보인다. 망할 똥들.
목도리는 했지만 난 또 삼월이라고 장갑을 안 끼고 나갔지. 목도리도 없었으면 동사였다.

덧글

  • 여람 2010/03/10 19:07 # 답글

    오늘 눈 너무 예쁘게 내렸죠! 서울에서 그런 눈꽃을 볼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게다가 길바닥은 너무 잘 녹아서 더 예뻤습니다'ㅂ'
    퇴근 무렵엔 아예 보송보송하게 마른 곳도 꽤 있더군요.
    그래도 운동장은 시궁창일 거예요(낄낄) 그러니까 체육은 다음으로 미루는...(쿨럭)
  • 파김치 2010/03/11 15:48 #

    눈이 참 소복하게 예쁘게 쌓이게 내렸더라구요.
    그래도 삼월이라고 빨리 녹는 걸 보니 마음이 놓여요.

    운동장은 그야말로 시궁창이겠지요.; 길도 시궁창이에요! 해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 greenmovie 2010/03/11 10:43 # 답글

    어제는 눈이 펑펑 오더니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햇볕이 예쁘게 비추고 있는 제주입니다. 그런데 왠지 체감온도는 여전히 추워요.ㅠ.ㅠ 3월이라는 어감 때문에 저도 파김치님처럼 목도리나 장갑 같은 거 잘 빼먹고 다녀서 더 그런가봐요.ㅠ.ㅠ
  • 파김치 2010/03/11 15:49 #

    제주셨군요~ 벌써 햇빛이 비추다니! 아니, 여기도 맑긴 하지만, 맑아도 맑은 게 아니야~이런 느낌으로 맑아요.
    추워서 그렇게 느끼려나. 그쵸, 3월이라는 어감에 이젠 괜찮겠지 싶어서 목도리며 장갑을 하나씩 뺐다가는 그냥 동사하겠어요!
  • 띨마에 2010/03/16 22:42 # 답글

    오랜만입니다- 몇 달 간 블로그 버려뒀다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아마 2004년 3월 31일쯤이었던가. 엄청 눈 온 적 있었죠. 그때 지구 멸망한다고 수업듣다가 다들 날뛰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도 역시 3월에 눈이 왔군요. 눈 오면 예뻐서 좋긴 하지만 배달하기 위험하다고 중국집에서 주문을 안 받으니 그건 좀 짜증나더군요(..)
  • 파김치 2010/03/17 00:01 #

    와, 오랜만입니다>ㅅ<
    오랫동안 없으셔서 그만 두신 줄!;
    네, 아마 04년부터 그렇게 3월에 눈이 오는 전통(…)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어요!
    중국집에서 주문을 안 받을 정도면;; 아, 역시 이번 연초에 좀 많이 식겁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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