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드래곤 길들이기, 2010년 최고의 영화! 보았습니다

예전에 린스라는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불릴 만큼 똑똑하다지만, 얘는 어려서 그런 건지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바보였고 아방했고 겁도 많았다.
어느 날 뭔가 얼굴에 근질근질한 게 있어서 잠결에 손으로 치우고 부시시 눈을 떴다. 그리고 손을 보니까 웬… 메뚜기 비슷한 다리 여섯개 달린 생물이 손바닥 안에서 펄쩍 뛰려고 자세 잡고 있는 거야?
꽥 소리 지르면서 손에서 털어내고 도망갔는데, 린스가 그 광경을 매우 의아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생물이 펄쩍펄쩍 뛰자 린스는 그 아방한 얼굴로 갸웃하고 앞발을 들어…


결론부터 말하면 린스는 그 생물을 한 번에 죽이진 않았다.
말그대로 가지고 놀았다. 다리 한 짝씩 떼면서.
솔직히 저 생물이 어디로 튈지 몰라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나는 그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깨달은 거라면 린스는 아무리 바보 같고 귀여워도 결국 고양이였고, 고양이 역시 귀여운 용모를 뽐내도 육식 동물이었다는 것.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고양이들이 입에서 불도 뿜고, 날개가 있어 하늘도 날 수 있고, 덩치가 좀(?) 커지면…





@드림웍스

이렇게 되는 거였다.















@드림웍스


줄거리는 생략하고, 아, 나 이거 진짜 3D로 보길 잘했다.
보기 전에 다른 생각 안하려고 일부러 줄거리도,스포일러 등등을 피했지만 기본적으로 기술력을 과시하려고 넣은 듯한 장면이 있다는 말에 솔직히 걱정했었다. 아무리 박스 오피스 1위라도 취향에 맞는 1위가 있는 거고 아닌 1위가 있는 건데,
화면만 짱 이쁘게 만들어 놓고 디테일이 살아있는데다 엄청나게 큰 건축물이라든가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들을 무수히 그린 산을 쓸데없이 훑어 올라가고 그런 거 아냐… 했는데 다른 기술력이었다.

진짜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

진짜 벅차서 몇 번이나 울먹울먹했다. 둥실둥실 비행기나 기구에 타는 게 아닌 그 스피드라니, 그 앞뒤양옆 뿐만이 아닌
3차원의 세계라니!!!!
이러니까 기술의 혁명이구나;ㅁ;ㅁ;ㅁ;ㅁ;ㅁ;ㅠㅠㅠㅠㅠㅠㅠ
날았어, 날았어, 세상에, 3D가 괜히 3D가 아니었어!
그전까진 불덩이라거나 돌 같은 게 휙휙 눈앞으로 날아오는 것 외에는 3D를 특출하게 의식한 적이 없지만, 비행에서는 완전히!
하늘을 날고싶다는 욕망을 꺼내서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놓으면 바로 저 드래곤 길들이기가 나오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아, 히컵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

뒤에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아스트리드를 태웠을 때, 손을 뻗은 아스트리드가 해에 비쳐 붉게 물든 구름을 만지려고 했을 때,
@드림웍스

(아직 표정이 겁먹은 것을 보니 이후로 약간 더!)

우주에서 무수히 빛나는 고리를 손으로 만져보던 월E가 생각나더라.
이 부분.
지상에서 올려만 보던, 손에 절대 닿지 않았던 곳까지 올라와 있는 걸!
히컵과 투슬리스 사이의 내밀었던 손도 물론 중요했지만, 나는 저 때의 내밀어진 손도 무척 좋아한다. 어차피 투슬리스와 히컵은 사이가 좋아질 거고(안 그러면 남은 시간은 어쩔 것이며-_-;) 서로 친해지기 위해 히컵이 노력해서 내민 손이지만, 아스트리드의 손은 단지 놀라움에 가득 차 실제로 눈앞에 있는 것인지 믿겨지지 않아 내밀었던, 그러니까 무심코 내민 손이었으니까.
관계를 위해가 아니라 순수하게 경탄만을 위해서 나간 손.
아스트리드의 그 기분 이해한다. 아, 그러니까 나도 투슬리스 태워줘 잉잉.







그리고 이건 애묘인들을 위한 영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고양이가 입에서 번개나 불도 좀 뿜고, 덩치도 커지고, 날개가 생기자 드래곤으로 불리기 시작한 거 같앸ㅋㅋㅋㅋㅋ
투슬리스라는 이름대로 히컵이 날카로운 이가 없는 줄 알았는데 자기 맘대로 넣다 뺐다 하는 기능(!?)도 그랬고, 투슬리스가 흥흥 너 같은 거 신경 안 쓴다능 이런 포즈로 자러 갈 때 자리 정리 하고 꼬리 샥 말고 누웠을 때부터 긔… 긔엽긔 했는데 알면 알수록 더 귀여운 드래곤들이었구! 폭력적이지만.
고양이 습성을 안다면 더 재미있을 영화-v-b








스토리는 뭐… 전체 이용가다운 스토리.
드래곤-인간과 아버지-아들의 갈등 구조가, 그동안 드래곤들을 착취해왔던 거대한 대왕 고양이… 가 아니라 거대한 나쁜 용 타도 아래 사라졌다.
근데 히컵하고 투슬리스는 디게 오랫동안 비행연습도 하고 같이 놀면서 친해져서 잘 타게 됐는데 다른 애들, 니네 너무 급친해지는 거 아니냐? 안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벌써 절친 스멜이 나고 있어-0-;
저것들은 개냥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무릎냥도 아니고 비행냥.





히컵의 아버지 스토익은 긔엽긔 마치 남의 부모님이 아닌 것 같긔. 난 말하고 넌 듣는다, 오케이?
히컵이 남들의 배는 더 조바심을 내며 빨리 무언가를 해서 아버지의 인정, 혹은 다른 방식으로 아버지를 뛰어넘으려는 게 이 때문이었다. 다른 방식으로 성공했지만.













자막도 별로 나쁘진 않았다.
아, 3D 안경을 쓰고 자막을 보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는 뜻이지 자막 자체의 퀄리티는….
아무리 그래도 12년은 영어공부하면서 살았는데 다는 아니더라도 귀가 조금씩은 트였잖아요? 근데 귀를 의심하고 눈을 의심할 만큼 의역이 좀 많았음. 그치, 의역이라기보다 유행어다.
제발 유행어 쓰지 마….
한 달만 지나도 가카가 유행시킨 유행어 정도가 아니면 다 사라져서 오히려 어색하게 보인단 말야!

덧글

  • 2010/06/07 20: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파김치 2010/06/08 12:18 #

    자물쇠님, 확실히 전연령대치고 대담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해피 엔딩은 해피 엔딩이지만, 이런 식의 해피 엔딩은 정말 픽사나 디즈니에서는 하지 못할 드림 웍스만의 해피 엔딩이겠죠!
    그 와중에도 투슬리스와 히컵은 파트너의 공통점이 또 하나 생긴건가 생각한 저<
  • 여람 2010/06/07 20:43 # 답글

    자막도 괜찮았군요'ㅂ' 근데 번역이 특출나단 얘기를 듣고 미련을 완전히 접었었더랬어요.
  • 파김치 2010/06/08 12:18 #

    여람님, 아아아아 더빙으로도 또 보고 싶네요. 4D에 더빙이면 또 어떨지 완전 두근두근.
  • greenmovie 2010/06/07 21:36 # 답글

    너무 아이들 영화 같아서 리스트에서 제껴놓았는데 정말 괜찮았나봐요. 그래도 아바타를 3D로 보고 나서 울렁거렸던 기분도 함께 올라오긴 해요.ㅋㅋㅋ
  • 파김치 2010/06/08 12:20 #

    greenmovie님, 전 아바타를 안 봐서 3D 울렁증, 드래곤 길들이기에선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치만 정말 이건 3D로 봐야해! 그런 영화입니다;ㅁ;b
    아이들 영화라고 해도 애니메이션은 전연령이 볼 수 있다는 거지 굳이 아이들만 타겟을 잡은 건 아니니까요~
  • 산왕 2010/06/07 23:27 # 답글

    즐겁고 기술발전을 실감하면서도 조금은 삐딱하고 덕스러운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 파김치 2010/06/08 12:21 #

    산왕님, 몸으로 느끼는 기술 발전입니다! XD
    3D에서 감탄했지만, 3D보다도 그 기술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능력이 더 빛났어요+ㅅ+
  • 아르메리아 2010/06/08 09:08 # 답글

    더빙판이 더 낫단 얘기에 갈등때리고 있습니다. 하아, 보고싶어요!
  • 파김치 2010/06/08 12:22 #

    아르메리아님, 원래 제가 좀 자막에 더 후하게 점수를 줘서 그렇지, 이번엔 더빙도 훌륭했다고 하더라구요.
  • 히카리 2010/06/09 10:14 # 답글

    3D로 보는데 자막까지 있으면 눈아플것 같아서 더빙봤는데 되게 괜찮아~ 위화감도 없고!!
    4D로도 보고 싶다. +_+!!! 비행장면도 무지 좋지만 길들이는 그 장면 귀여워귀여워~~
  • 파김치 2010/06/09 15:29 #

    히카리 언니, 하아하아 진짜로 4D에 더빙으로 다시 보고 싶다+ㅁ+
  • 쥰쥰 2010/06/14 21:35 # 답글

    어쩌다 약속 미루고 미루고 결국 아직도 못본 영화긴 한데,
    정말로 전연령판답지 않은 대담한 엔딩인 건가요...!
    예고편만 봤어도 저 동글동글 까만 애가 제일 기억에 남던데 역시 주역?
    저도 거대 비행냥 보러 가야겠네요...
  • 파김치 2010/06/15 16:36 #

    쥰쥰님, 네, 역시 주인공입니다+ㅅ+
    보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은 '나도 저 투슬리스 사줘 잉잉'밖에 없다는 전설의 비행냥이랍니다!
    물론 전연령판다운 해피엔딩입니다만, 그 속에 드림웍스다운 재치가 있어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