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기담 - ![]() 전봉관 지음/살림 |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성과라면, 전반적인 인문 관련 책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드디어(!) 깨닫게 된 것. 나 이런 종류의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군. 사료를 모아서 재구성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이랬으니 이러이러 했을 거다, 라는 사견(私見)을 사료처럼 포장해 놓은 것…. 완전히 사견을 담았으면 담은 대로 소설 풍으로 쓰든가, 철저하게 사료에 근거해서 분석만을 하려면 하려든가… 이도 저도 아니고 어떤 게 진짜 사료인지 사료를 통해서 재구성한 있을 법한 이야기인지 모르겠단 말이다! 문학적 상상력 따위…! 비슷한 부류로는 저 먼 옛날 읽으려다 결국 에잇 모르겠다 포기하고 던져버린 「대왕 세종」있으시고. 역사절 사실을 가미해 아예 소설로 쓰여져 재미있게 봤던 건 「진리는 시간의 딸」. 그치만 이렇게 다루려면 아무래도 단 한가지의 사건밖에 못 다루니까 「경성기담」이라는 책 취지에는 맞지 않기도 하겠다. 그래도 이렇게 아예 소설로 가지 않을 거라면, 1부는 특히 미스테리 "사건"인 만큼, 수사 과정이나, 재판 때의 상세한 기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상세한 기록은 오히려 2부인 스캔들에서 더 부각된 듯 하다. 하긴 "온갖 잡지에서 나온 만큼 생략하고"라는 구절이 그 당시 잡지에도 나와있을 정도니 수사 기록보다 더 자세할 수밖에=_=; 그런 이유로, 1부인 미스테리 사건보다는 2부인 스캔들 편이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가끔 나는 나름대로 조선에서 이어져 온― 꼭 굳이 조선에서 이어졌다기 보다는 일제 강점기 때에서라도 이어진, 신분의 구별이 없어졌다고 해도 양반이며 귀족 나리님네들이 있을 텐데, 지금은 왜 다 망해서 흔적도 없을까, 생각했었거든. 스캔들 2, 3부인 순종 임금의 장인이라는 윤택영 후작이 채무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돈을 빚내다가 흥청망청 놀았다는 거나, 이인용 남작의 돈에 얽힌 부부 싸움 & 거기에 몰려드는 하이에나 같은 친척들 보면 Aㅏ…하고 짐작이 간다. 답이 없다. 이러니까 귀족이 없지.-_-; 그 뒤의 이야기들은 또 나름대로 사랑에 관한 스캔들. 저 때 소설을 보면 진짜 흔히 보이는 그거 있잖아. 부모님이 정해서 결혼시켜준 구식 처를 버리고 신여성과 사랑 만세를 외치는 인텔리. 소설마다 우르르 전처를 차고 사랑 찾아 신여성을 쫓는 설정이 안 나오는 게 없어서 앜!!! 다들 왜 이래!!! 이랬는데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는 유명한 이야기만 해도 두 편이다. 첫번째는 안기영 교수의 제자와의 애정도피 행각. 말그대로 조강지처 버리고 제자와 눈맞아서 도망감. 그런데도 조강지처 쪽에서는 고작해야 할 수 있는 게 안기영이 슬그머니 돌아와서 열린 음악회를 여니 쫓아가서 훼방놓는 일밖에 못하고. 또 그렇게 전처와 이혼시키고 나서 결혼한 인텔리를 신여성 쪽에서 다시 걷어찬 박인덕 이혼 사건도 있음. 나는 여자이니 어디까지든지 남편의 종이 되라는 말입니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있는데, 따져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읽다보면 경성이라는 아주 특수한 시대의 한 부분을 잘랐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사람 사는 일이 다 똑같고 변하지도 않았냐ㅠㅠㅠㅠ하고 눙물이 남. 그래서 기담이라고 하긴 슬프고 그냥 스캔들. |
- 2010/10/19 23:53
- pakimchi.egloos.com/4482692
- 덧글수 : 6












덧글
2010/10/20 13:1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강의로 들어보면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네요. 점수와는 별도겠지만.;;
2010/10/20 20:4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사람들이 고민하는 건, 남편이 다른 보트로 타게 되서 그 보트의 여자랑 바람났어요. 어떻게 해요.
이런 고민이라더라;; 어딜가든 하나되는 사람이야기;; 경성 스캔들이 저런 얘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