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애도나 하자 일상


처음 지진 소식을 들었을 때 일본 해상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진앙지는 상당히 멀고 일본에도 여파가 오겠지만 괜찮은 줄 알았지. 일본이 워낙 지진에 대비를 많이 하잖아?
그런데 곧 이어 엄청난 뉴스가 계속 쏟아졌다. 처음엔 속보가 하나둘이었는데, 점차 모두 속보로 뒤덮이고 제목은 점점 자극적으로 뽑아내고, 긴급 속보 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작성된 기사가 하나둘 씩 생기고.
그 때까진 아직 사망 소식이 없어서 조금 설레발인가 싶어도 성냥한테 전화해서 괜찮냐고 하자, 성냥은 전화도 끊겼고 (내가 한 건 인터넷 전화-_-;) 곧이어 전기도 끊길 예정이며, 계속해서 여진이 지나가서 버티느라 가끔씩 말을 하지 못했다.
적어도 성냥은 안전하고 성냥 말투 역시 별로 걱정 안 해도 괜찮을 지도~라 안도했지만, 그 후엔 점점 더 끔찍한 소식 뿐이다. 사망 소식이 줄지어 전해지고 이제와서 나리타 공항 폐쇄된 건 진짜 별 거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쓰나미, 원자로 폭발,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닥치고 있는데.

한국 구조대가 온다는 기사에 덕지덕지 피해가 더 커질테니 오지 말라는 둥의 똥을 싸지른 덧글을 번역해서 '자료'랍시고 대부분의 일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퍼트리고, 거기에 대해 도와줘도 은혜를 모른다느니 관동대지진 때도 이랬던 족속이라느니 하는 덧글이 달린다. 이건 마치 DC 개드립을 번역해가서 '이것이 한국인의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하고 뭐가 달라.
어쩜 개념이 없냐 이것들이. 병신력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나. 꼭 역지사지라고 '너도 당해봐라, 한국에서 지진 났으면 우린 다 죽었음!' 그렇게까지 말해야 아니? 도와주러 간다고 해도 지랄하는 병신들이 떠드는 건 떠드는 거고, 실제로 피해를 입어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 병신들이 모든 일본인을 대표하는 것처럼 거기에 장단맞춰 이쪽도 병신짓을 왜 하냐고.
그놈들은 계속 그럴거네 어쩌네 말로만 하지 말고 그럼 그놈들이 선량한 우리 나라 사람들 관동 대지진 때처럼 죽이지 않게라도 돕던가. 무조건 일본이 나쁜 거고 대지진에 죽어간 사람들도 학살의 주범이라고 하면 무슨 대단한 애국자 나셨네 해줄 줄 알았나.

근데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우리 나라 저것들이 까네? 우리도 저걸 까자!' 이런 장단 맞춰 병신짓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자신만의 신념에 가득찬 또라이가 우리 나라에 하나 있긴 하지… 아니 아예 서울은 하나님께 봉헌되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그러시지?


덧글

  • .... 2011/03/14 16:06 # 삭제 답글

    정말 그런거 같아요. 정작 피해자들은 지금 인터넷상에서 그런 뻘글들을 쓰고 있는건 아닐텐데, 무개념들이 쓴 글 날라다퍼오는식으로 서로서로 피드백 먹이면서 증오심만 북돋고 있는거보니 안타깝네요.
  • 파김치 2011/03/15 23:16 #

    ....님, 일본 당국의 대처도 칭찬할 건 아니고...덕분에 인터넷에선 물고뜯고..
  • 나르닌 2011/03/14 21:49 # 답글

    애도를 표합니다.
  • 파김치 2011/03/15 23:16 #

    나르닌님, 그저 애도할 수밖에요.
  • KareL 2011/03/15 01:41 # 삭제 답글

    애도를표합니다. 서로 까봐야 서로 손해만 보는데, 참..
  • 파김치 2011/03/15 23:17 #

    KareL님, 그러게 말입니다. 서로를 까서 좋아지는 것도 없고만!
  • 쥰쥰 2011/03/16 16:22 # 답글

    하아..역사고 국가고 뭐고 우선은 사람을 봐야 하는데 말이죠..
    며칠 사이 너무 엎치락뒤치락하더군요..
  • 파김치 2011/03/16 20:24 #

    쥰쥰님, 예민할 만한 상황인 것도 이해는 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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