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나의 추억을 돌려줘!!!! 먹었습니다


가끔은 이름은 같은데, 양념도 아마 비슷할텐데, 내가 기억하는 그 맛이 아니야! 라며 숟가락을 내동댕이치고 싶어지는 그런 욕망을 느낄 때가 있지 않나요?
저는 최근에 감자탕을 먹으면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근처에 감자탕 가게가 죄다 프랜차이즈에요. 프랜차이즈가 나쁜 건 아니고, 청기와니 조마루니 하는 유명한 프랜차이즈를 돌아다니면서도 감자탕은 감자탕인데 내가 원하는 감자탕이 아니야! 싶은 게 문제. 딱히 어디 흠잡을 데가 없으니 뭐가 뭔지 더 모르겠어요.
그래서 초심으로! 처음으로 감자탕을 접해본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녜, 종로로.(...)


대학교 1학년 때 감자탕을 처음 먹어봤는데, 그게 서울 극장에서 영화 보고 나와서 종로 5가 근처에 있는 좁은 골목길에서였어요.
보통 닭도리탕 해 먹는 식으로 집에서도 해먹는다고 하는데, 저희 집에서는 닭도리탕도 그렇고 그런 비슷한 음식을 거의 안해서-_-; 급식에서 닭도리탕(이라고 추정되는 음식)이 나왔을 때도 엄청 신기했었거든요.
그리하여 처음 먹어본 감자탕! 엄청 맛있었죠! 지금까지 감자탕에 충실한 몸이 되어버릴 만큼.

오랜만에 맛난 감자탕을 먹겠구나 하는 생각에 두근반 세근반 하며 찾아가 본 그 골목엔







………………없어?
감자탕 가게이 없어졌어? 어?
다 설렁탕 가게가 됐네?
어어어어어!?!????!!!!?



이게 무슨 일이야

황망해져서 그 좁은 골목을 한 세번 왔다갔다하면서 확인했는데, 설렁탕이나 보쌈집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감자탕도 메뉴에 있는 집이 많았는데 찾던 가게가 그 가게가 아니거든요. 감자탕이 메인이고 서브이며 여하간 감자탕!
잠시 넋이 나가 있다가 별 수 없이 대충 그 골목 두번째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도 감자탕이 메뉴에 있긴 했거든요. ;)
사실 제대로 추억의 그 가게를 찾았다면 안 잊어먹게 가는 길도 막 써놓고 메뉴판도 찍어놓고 그랬을 텐데, 없으니까 생ㅋ략ㅋ




작은 거 하나 시키고 국자로 부지런히 숨을 죽입니다.
보통 프랜차이즈보다 국물이 거친 느낌.


뼈에 고기가 많이 붙어있어서 놀랐습니다.ㅋ 이렇게 뜯어먹는 고기는 오랜만이야!
하지만 우거지가 많이 안 들어가 있어서 실망.
고기 반 우거지 반 요렇게 먹는 저로서는 용납할 수 없뜸.

또, 감자가 다 익히지 않은 상태로 나왔어요. 오랫동안 익혀야 해서 국물은 졸아들어 엄청 짜지고, 아저씨의 인내심은 바닥나기 시작하고, 그런데 막상 그렇게 익고 나서 먹으니까 말 그대로



감자가 포속포속!! 흐물텅하지 않아! 간도 잘 배었어요!
그야말로 그전까지 좀 내려갔던 감자탕 행복 지수가 단번에 팡파레를 울리며 맥스를 찍었습니다.
아아 이거야. 이걸 먹기 위해 여기까지 왔던 거야...!

하고 그 전의 불만족스러웠던 상황은 잠깐 잊었습니다.
감자가 끝내줘요. 감자 만세. 네가 구원했다. 종로까지 나갔던 나의 노력은 보상받았어!







하지만 다시 갈 생각이 있냐고 하면 물론 없습니다.(...)

덧글

  • Mathilda 2011/06/14 18:18 # 답글

    감자탕 헤헤 그러고보니 감자탕은 감자가 있어서 감자탕이 아니라는거 아시나요? 들어있는 뼈 부분의 이름이 감자라서 감자탕이라고 함미다
  • 파김치 2011/06/15 17:12 #

    Mathilda님, 네, 하도 유명한 이야기라 알게 됐어요. 감자도 메인인 걸! 이름이 감자인 고기만으로는감자탕이 안돼! 하고 혼자 생각했었거든요.
  • 엘민 2011/06/14 18:40 # 답글

    종로 5가쪽은 그냥 광장 시장 음식들이 젤 맛나던데, 감자탕는 별로였나 봐요? 닭 한마리 칼국수 땡기네요. 녹두빈대떡하구 막걸리 캬! ㅠㅠ
  • 파김치 2011/06/15 17:14 #

    엘민님, 광장 시장. 음음 적어야겠군요. 꺄옹 먹고 싶다!!! 빈대떡하고 막걸리라니 침나네요.
    제가 간 곳은 광장 시장은 아니고, 그러니까....서울 극장 근처에요. 사실 정확한 위치는 인간 네비게이션이 알고 있습니다.
  • 여람 2011/06/14 21:30 # 답글

    감자탕 어렵군요...
  • 파김치 2011/06/15 17:14 #

    여람님, 양념이 진하고 내용물도 비슷하니 어딜 가나 똑같지 않을까 하는데도!
    그런데도 다 맛이 달라서 고뇌하게 만드네요.ㅠㅠㅠ
  • utena 2011/06/15 08:51 # 답글

    전 떡볶이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_-
    그나저나 읽는이의 기대감이 올라갔다내려갔다올라갔다하는 롤러코스터얼~;;
  • 파김치 2011/06/15 17:16 #

    utena님, 떡볶이는 확실히 다를만하죠! 정량이라는 게 없어! 미친듯이 매운 것도 있고 미친듯이 단 것도 있고, 라볶이도 있고...!
    감자탕은 저도 먹는 내내 기대치가 왔다갔다 해서 글도 두서가 없어졌네요.;;;;;;
  • 나인볼 2011/06/19 23:53 # 답글

    진짜 그런 경우가 많아지는 듯. 그나마 바뀐 거라면 모르겠는데, 아예 없어지면 눈물만 나오는 것이...

    예를 들어 연초에, 아는 분들 데리고 신촌쪽에 있는 술집(분위기가 좋아서 가끔 가던)을 골라 가려고 했더니 사라졌더군요(...). 건대 쪽에 있던 좋아하던 닭집 하나도 증발했고...Orz

  • 파김치 2011/06/20 01:39 #

    나인볼님, 으으 그럴 때 너무 슬퍼요. 맛있었는데?! 분위기도 괜찮았는데?! 손님이 적은 것도 아닌데 왜 없어진 거죠 잉잉 울고 싶은 심정.
    맛과 서비스가 급락해도 마찬가지로, 이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여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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