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웃 1 - ![]() 기리노 나쓰오 지음/황금가지 |
![]() | 아웃 2 - ![]()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
인생의 벼랑 끝에 다다른 네 여자. 도박과 여자에 미친 남편 때문에 괴로운 야요이, 고약한 시어머니 수발에 몸도 마음도 병든 요시에, 감당할 수 없는 사치로 카드빚만 잔뜩 진 구니코, 언제 깨질지 모르는 가정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마사코. 심야의 도시락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은 현실에 대한 불안과 실망으로 가득하다. "이런 생활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마음속에서 이렇게 외치는 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살인사건이었다.
표지에서 본 인상은 네 여자가 똘똘 뭉쳐서 누군가를 살해하고, 그것을 은밀하게 처리하기 위해 뭔가 한다는 것이었다. 딱히 어떻게 풀릴지까지 생각이 미치진 않았지만, 당연히 똘똘 뭉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돈을 보고 움직이는 사기도 아니고(이미지는 곧 달라졌지만), 최고형을 선고받는 살해 및 시신 유기다. 그렇게 뭉치지 않고 어떻게 사람을 죽인다는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갈 수 있겠어?
적어도 그래서 네 여자의 비중이 균형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강 생각했었기 때문에 초반 구니코의 입장에서 요시에와 마사코를 묘사할 때 조금 당황했다. 마사코의 입장에서 구니코를 묘사할 때 역시 마찬가지로 당황했다.
도시락 공장이라는 같은 일자리에서 제각각 편의에 맞고 사회 생활에 어울릴 정도로의 친분밖에는 없다. 야간조 도시락 공장에 다닌다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인데도 '이해하지 못할 족속'으로 딱 잘라 나뉘는 것이다. 사적인 친분은 요시에-마사코 정도가 약간 눈에 뜨일 뿐.
특히 예쁘다고 묘사되어 아줌마 집단에서 튀는 거 아닌가 싶은 야요이도 실은 상당히 소시민적이라,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제 이익만 챙기려는 구니코와는 완전 상극이다.
그렇다고 구니코가 다른 두 명의 여자와 잘 어울리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각각 다르지만 여하간 구질구질한 가정사로 인해 야간 도시락 공장에 나오는 세 여자와 다르게, 구니코는 자신의 빚 때문에, 그것도 분수에 맞지 않게 사들인 자동차며 각종 사치품들 때문에 이쪽으로 온 것이다. 구니코는 물장사 쪽도 물론 생각했지만 예쁘지 않아서 포기했다며 억울하다고 한다….-_-;
그러니 구니코는 유독 네 여자 중에서 붕 떠 있다. 요시에에 빌붙어 있으면 일 중에서도 편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근사근 구는 척 하는 것 뿐.
그래서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너무 구니코가 이질적이 된다. 동정하자고 하면 동정할 수 있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세 여자에 비해 구니코는 확실히 차별화 된 캐릭터로, 처음에 표지문만 보고 생각했던 똘똘 뭉치는 네 여자의 인상이 구니코 때문에 와장창 깨짐.
일본 작가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 심리묘사가 굉장히 섬세하다. 보통 무의식중에 생각하는 「폭력은 나쁘다」같은 흔한 명제도 각각의 성격에 맞춰서 어떻게 그 명제가 도출되는지,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가 어떻게 비틀려 있는지 조목조목 써놓는다. 도시락 공장(동료)과 집(가족), 두 가지의 공간에서 일상을 드러내는데 그 섬세한 묘사는 갑. 얼마나 네 명이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지, 하지만 얼마나 현실에 얽매여 있는지 내면 묘사 뿐만 아니라 사소한 대화나 행동 등으로도 자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네 명을 각각 소개하고 도시락 공장 내의 사람들도 약간씩 소개해 숨을 돌린 다음엔 시점은 대개 마사코에게 가 있다. 이야기 포인트가 점차 마사코에게 기운다 싶더니 하 권에서는 이미 마사코가 주인공이다. 네 명의 여자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 게 아니라 불균형하게 마사코에게만 집중된다.
왜 마사코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지 애매했다.
도박과 여자에 빠져 모든 저금을 날려버린 남편을 죽여버린 것은 야요이고, 가장 세상 밖으로 아웃해버리고 싶은 욕망을 참고 있었던 것은 요시에였다. 구니코는 어쨌거나 사건 치기 딱 좋은 캐릭터니까 그렇다치고.
아마 제일 완고하면서도 굴절되어 있기 때문에 굴리는 입장에서 편한 게 아닐까.
문제는 사타케였다. 실제로 네 명의 여자가 공모해 살인을 감추자 경찰 쪽에서는 사타케에게 살해 혐의를 두는데, 그 때문에 감춰두고 싶었던 옛 살해기록이 공공연하게 퍼져 가게도 잃고 여러가지 문제가 겹친다. 복수를 꿈꾸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어째서 그게 변태성욕자의 마성을 드러내게 함?-_-; 왜 마사코에 대한 집착으로 변함?-_-;;;;;;;;;;;;;;
무슨 눈 속의 어두움, 어두운 과거가 있는 듯 막 포장을 했는데 결국 대가 세지만 나한테 여러가지 의미로 찔려지면서 부러지는 여자를 좋아하는 변태성욕자잖슴??-_-;;;;;;;;;;;;;;;;;;
상 권을 읽으면서 한 명 한 명의 사정이 깝깝하고, 다음엔 대체 무슨 일이 생겨서 이 여자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했던 그런 기대감이 자꾸 하권에선 부스러졌다. 사타케는 아무리 열심히 묘사를 해줘도 이입이 안된다. 하다못해 구니코도 이해는 됐거든.
그것도 그렇고 야요이가 나중에 쩌리화 되어가면서 자신이 살해한 남편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느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느니 하는데, 솔직히 이러면서 무슨 여성상의 전형을 깨냐!
남편이 돈을 제대로 벌어왔던 것 같지 않다. 둘이 모은 돈을 모조리 도박이며 여자에 가져다 퍼 줬을 뿐인 남편 아닌가. 이미 가정의 대소사를 모두 자신이 처리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는데 빈자리를 느낀다며 뒤늦게 후회하고, 그 자리가 비었다는 걸 무서워하는데 야, 맙소사. 그건 솔직히 지금까지의 관성 때문이다. 야요이 혼자서 얼마든지 설 수 있다.
생각하는 대로 마음이 착착착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만, 야요이의 경우 초반엔 쭉 자신감이 붙었고 그전까지 수수하게 다녔던 것에 비해 화장이며 옷이 화려해졌다는 묘사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자신감이 푹 꺼진 거다. 경찰이 자신을 수상하게 여기는 것에 불안감을 느껴 그랬을 수도 있고, 명치의 멍이 나으면서 증오가 서서히 옅어져 갔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야요이의 묘사가 너무 짧다. 사타케 따위에 할애했던 지면의 1/3만이라도 후반 야요이의 심리 변화에 공을 들였으면.
하 권에서는 정말 이게 뭐임?!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은 쩌리가 되고 사타케와 마사코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어진단 말이다! 사타케야 원래 맛이 갔다 치더라도 마사코도 어느 순간 스위치를 켠 것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전까지 상 권에서 하 권 중반까지 쭉 이어졌던 마사코의 성격 어디갔니?-_-;;;
하 권에서 그나마 별 한 개를 추가한 건, 초반부터 쩌리였던 요시에의 마지막 행동 때문이다.
마사코의 스위치 바뀜보다 요시에의 마지막 행동이 오싹하고 무서웠다. 어쩐지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나왔던 설야차, 무시무시한 그 가면이 생각나서. 야차가 되어버린 요시에라면 야요이처럼 나중에 후회하지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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