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의 삶



1~2월의 도서 읽었습니다

촌마게 푸딩 - 6점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좋은생각


읽기 전부터 호평이 많았고, 영화까지 나왔을 정도니 되게 기대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그저 그런 편이었습니다.
영화에선 사무라이를 꽃미남 아이돌이 맡았지만 원작에선 딱 옛날 사람이란 느낌의 묘사. 주먹코에 키가 작고 단단한 몸. 다른 타임슬립물인 <타임슬립 닥터 진>에서 나왔던 오키타 소지로의 모습을 생각하며 읽었쥬.
문체는 섬세한 감정 묘사 없이 직설적이고 건조하고 빠른 느낌.
과거에서 현대로 타임리프 한 사무라이, 야스베가 히로코와 히로코의 아들 도모야의 도움을 받아 현대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며, 달콤한 맛에 빠져 파티시에가 되는 이야기.
과거에서 온 만큼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미덕 - 예를 들면 아이를 따끔하게 훈육한다거나 - 을 되돌이켜 볼 수 있게 만드는 장치도 여럿 있긴 합니다. 근데 계속해서 여자는 집안에 있어야 한다느니,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다보니까 솔직히 그저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엔 야스베가 여자도 일해야 한다는 걸 깨닫나 싶었는데, 반대로 히로코가 그에게 감화됩니다. 야스베야 그래, 옛날 사무라이 그대로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는 건 당연하죠. 근데 싱글맘이자 워킹맘인 히로코가 거기에 대고 아무런 변명도 제대로 못한다는 게 좀 짜증.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4점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사피엔스21


반을 읽도록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되서 그냥 안 읽기로.-_-
다음에 더 여유롭게 읽을 수 있을 때 읽어야지.




살해하는 운명카드 - 8점
윤현승 지음/새파란상상


어떤 비밀스러운 모임에 초대된, 엄청난 채무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운명카드를 뽑고 그 운명을 거스르기만 하면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도 남을 엄청난 돈을 받게 됩니다. 주인공 신종민이 뽑은 카드는 '누군가를 살해할 운명'.

초대받은 자들이 저택이나 섬 등에 갇혀 차례로 살해되는 것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대표로 해서 추리 소설에서 흔하게 쓰이는 설정입니다. 흔하게 쓰인다는 건 매력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특히 윤현승이니까, 그런 기대도 있었어요.
읽는 동안은 설정 구멍이고 뭐고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게 되는 게 윤형승 작가의 매력.
근데 마무리가 넘 허술한 것도 윤형승 작가의……

이야기 자체로 보면 쏘쏘.
이런 류의 이야기는 끝이 항상 파탄나니까 종민이 이길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습니다.-_-; 어딜 봐도 누군가를 속여서 도박에 이기는 도박왕 타입이 아니고, (주인공이니까) 운좋고 의도치않게 남의 계획을 망가뜨려서 살아남는 타입이니까요.
하지만 왜 이래? 다른 등장인물들도 카드를 까보면 어이 없을 정도로 좀 막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종민의 후반부 행동은, 읽으면서도 껄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이상했어요.
종민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누군가를 살해하지만 않으면 되는데. 그렇게 소심한 종민이 껍질을 깨고 나올 정도로 뭔가 충격적인 사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선 미진합니다. 갑자기 얘가 미친 것 같아-_-;;

덧붙여서, 종민이 어리숙하다는 묘사가 나올 때마다 진짜

이 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음……





유전자 인류학 - 10점
존 H. 릴리스포드 지음, 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Human&Books)


챕터마다 반복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Y 염색체나 미토콘드리아 DNA를 연구한 이 방법은 어떤 '사실'은 밝혀주지만, 그 사실은 특정 가설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진 못한다는 것. 다섯번째 챕터를 읽기 시작했을 때는 반복해서 말하는 저 말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두 가지 대립되는 가설에서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읽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입문서로는 더할나위 없이 괜찮았어요.


덧글

  • 쥰쥰 2012/03/07 15:47 # 답글

    늘 느끼는 거지만 정말 독서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운명카드랑 유전자 인류학에 관심이 가네요. 서점 가게되면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근데 저런 운명 카드 실제로 있으면 좀 좋을 것도... 같은데..요..ㅎㅎ
  • 파김치 2012/03/08 11:19 #

    쥰쥰님,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에요ㅎㅎ
    운명카드나 유전자 인류학은 재미있어요! 그런데 운명 카드가 실제로 있다는 건....타로 카드 같은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책을 읽지 않을 운명' 정도라!ㅎㅎ
    촌마게 푸딩도 가볍게 읽기엔 딱 좋을 정도의 내용과 분량이라, 전 한 시간만에 다 읽었구요-_-; 저한텐 취향이 맞지 않았지만 꽤 인기 많은 듯!
  • 엘민 2012/03/09 14:47 # 답글

    살해하는 운명카드~! 저도 윤현승 작가 좋아하는데, 항상 느끼지만 마무리가 좀 약하죠 ㅋㅋㅋㅋ
    느긋하게 시간내서 읽어보고 싶어요.
  • 파김치 2012/03/12 11:36 #

    엘민님, 이건 좀… 싶은 부분이 있어서 아쉽긴 한데, 읽을 당시엔 또 그런 생각이 들어도 제쳐놓고 읽을 수 있는 흡입력이 좋아요! 마무리만 정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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